발포주 필라이트와 필굿은 왜 코끼리와 고래 내세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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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카페맥주업계 1위 오비맥주가 2위인 하이트진로가 장악하고 있는 발포주(發泡酒·유사 맥주)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히면서 두 회사가 내세운 동물 캐릭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발포주는 맥아 비율이 10% 미만인 술로, 주세가 출고원가의 30%만 붙어 70%가 적용되는 일반 맥주보다 싸다.
새로운 제품 알리기 위해 친근한 동물 캐릭터 활용
국내에선 2017년 4월 하이트진로가 처음으로 필라이트(FiLite)를 내놓으며 시장을 열었다. 흥미로운 건 2년 늦게 이 시장에 뛰어든 오비맥주의 필굿(FiLGOOD)도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처럼 동물 캐릭터를 캔과 병에 넣었다는 점이다.하이트진로는 필라이트를 출시하면서 캔과 병 등에 코끼리를 그려 넣었다. 국내 맥주 브랜드 중 동물 캐릭터를 자체 개발해 활용한 첫 사례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당시 국내엔 생소한 신개념 음료를 내놓았기 때문에 개발 초기부터 친근한 캐릭터를 내세워 홍보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동물 캐릭터 중에서도 코끼리를 선택한 것과 관련해선 “육지에서 가장 무거운 동물인 코끼리가 꼬리에 매단 풍선으로 둥실 떠오를 만큼 품질 대비 가격이 좋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하이트진로의 코끼리에 맞서 오비맥주는 고래를 앞세웠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발포주의 특징적인 이미지는 ‘고급’이나 ‘프리미엄’보다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인 점을 고려해 적합한 동물 캐릭터를 선발하려고 소비자 조사를 했다”며 “그 결과 귀여운 이미지의 웃고 있는 고래를 대표 캐릭터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오비맥주가 2000여 명의 소비자 조사 대상에 넣은 동물 캐릭터는 고래, 돌고래, 양과 상상 속 동물인 유니콘 등이었다.
주류업계에선 육지에서 가장 물을 많이 마시는 동물의 하나인 코끼리(필라이트)와 바다의 고래(필굿) 사이에 발포주 전쟁이 시작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