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중재자' 자임해온 스웨덴, 2차 북미정상회담서도 역할?

북에 대사관 둔 스웨덴, 북에서 미국 정부 대행하며 '갈등' 중재
1차 회담 때도 납북자 문제 해결 돌파구 마련해 분위기조성 기여
북한에서 대미관계 및 핵협상 실무를 담당해온 최선희 외무성 부상(차관)이 17일 스웨덴 방문길에 오르면서 북미 관계에서 스웨덴의 역할이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스웨덴은 그동안 북한과 미국 간에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며 북미간 갈등 해소에 기여해 온 '전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최 부상의 스웨덴 방문도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여러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이뤄져 눈길을 끈다.

스웨덴의 한 민간연구기관은 국제회의에 최 부상을 초청하면서 미국 측 관계자들도 함께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미국 측 참가자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스웨덴이 멍석을 깔아줌으로써 북미 당국 간 또는 '1.5 트랙(반관반민)' 형태의 접촉이 이뤄지는 공간이 마련됐다.

특히 이번 회의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들고 워싱턴을 방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고위급회담을 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면담할 예정인 시기와 겹쳤다.

일각에선 북한과 미국이 워싱턴과 스톡홀름에서 '2+2 협상 형태'로 제2차 북미정상회담 준비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미국 정부의 북핵 협상 실무담당자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워싱턴 고위급회담에서 진전이 있을 경우 곧바로 스톡홀름이나 유럽의 다른 도시로 와서 최 부상을 만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회동이 성사되면 두 사람은 작년 8월 비건 대표가 임명된 이후 처음으로 만나는 것이다.

이는 '비건-최선희 채널'이 본격 가동되는 것을 알리는 것이고, 2차 북미정상회담 준비가 본격화되는 신호탄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그동안 스웨덴은 정식 외교관계가 없는 북미 간에 중요한 외교루트로 역할을 해왔다.
스웨덴은 지난 1973년 북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뒤 1975년 서방 국가 중 처음으로 평양에 대사관을 설치했으며 이후 북한 내에서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와 호주의 외교 이익을 대행하며 이들 국가와 북한을 연결하는 다리가 돼왔다.

일례로 지난 2017년엔 북한에 억류돼 있다가 의식불명에 빠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석방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웜비어 석방과 관련해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에게 따로 감사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작년 6월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는 데도 스웨덴의 역할이 있었다.

북미 간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거론되자 스웨덴은 정상회담을 위한 장소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역할론'을 내세웠다.

특히 작년 3월에는 스웨덴 정부가 이용호 북한 외무상을 초청해 북한에 억류돼 있던 김동철, 김상덕, 김학송 등 한국계 미국인 3명의 석방을 성공적으로 조율함으로써 북미간에 신뢰를 쌓는 데 기여했다.

스웨덴은 그동안 여러 차례 국제 분쟁의 해결사로 활동해왔다.

가장 최근엔 내전을 겪고 있는 예멘 정부와 반군간 중재자로 나서 휴전 합의를 끌어내기도 했다.스웨덴의 이 같은 평화 중재자 역할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도 빛을 발하게 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