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영철 일행, 도심외곽 호텔 한층 '통째로'…보안·경호 용이

투숙객 적은 워싱턴 북서쪽 듀폰서클 소형호텔에 투숙
북미 고위급회담을 위해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듀폰서클'(Dupont Circle) 호텔에 여정을 풀었다.워싱턴 시내 북서쪽의 부도심인 듀폰서클 지역에 위치한 호텔로 9층짜리 4성급 호텔(312개 객실)이다.

1951년 개장한 1940년대풍 외관의 호텔로 실내는 2009년 리노베이션을 거쳐 깔끔한 편이지만 널리 알려진 호텔은 아니다.

그가 지난해 5월 뉴욕 방문 때 묵은 맨해튼 소재 '밀레니엄 힐튼 유엔플라자 호텔'(40층, 439개 객실)과 동급이지만, 규모와 시설 면에서는 한참 밀리는 소형 호텔이다.2박 3일간으로 예상되는 그의 체류 기간 동선에 포함될 수 있는 백악관과는 10개 블록(약 1마일) 정도 떨어져 있어 가까운 편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 고위 인사로는 19년 만에 워싱턴에서 묵는 김 부위원장 숙소로 낙점된 것은 보안과 경호의 용이성 때문으로 보인다.

김 부위원장 일행은 호텔 8층 전체를 통째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외교 의전에 친숙한 한 소식통은 "철통같은 보안과 경호의 필요성 때문에 북측에서 1개 층 전체를 사용하고 싶다는 뜻을 미국 측에 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무부는 긴박하게 돌아가는 비핵화 시간 속에서 김 부위원장의 워싱턴행(行)이 최종 확정되자마자 촉박하게 한 층을 통으로 사용 가능한 소형 호텔을 물색했고, 이로 인해 도심 호텔보다는 투숙객이 적어 한산하고 가격이 저렴한 듀폰서클 지역 호텔이 선택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한 미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여파로 '호주머니 사정'이 팍팍한 국무부의 형편이 고려됐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지난해 김 부위원장의 뉴욕 체류시 호텔 비용은 국무부가 계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듀폰서클 호텔의 이날 일반 객실 투숙료는 약 200달러(22만5천원)이다.

호텔 측도 8층 객실에 투숙객을 받지 않는 '배려'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00년 10월 북측 인사로는 처음으로 워싱턴에서 4박 5일간 체류한 조명록 당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은 메이플라워 호텔에서 머물렀다.코네티컷 애비뉴에 있는 이 호텔은 백악관에서 북쪽으로 4개 블록 떨어져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