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로봇이 안내, SNS로 중계…아날로그 시계 격전장, 디지털로 소통하다

진화하는 명품 시계 - 스위스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
SIHH에 처음 등장한 인공지능 로봇 ‘페퍼’가 관람객들과 소통하고 있다. /민지혜 기자
스위스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는 최고급 기계식 시계의 경연장이다. 가장 럭셔리한 아날로그 방식의 수공예품인 시계를 선보이는 SIHH가 올해는 디지털과 만났다.

작년에는 SIHH 조형물을 설치하고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어 각자 이메일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으로 보낼 수 있게 한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올해는 각 브랜드의 최고경영자(CEO), 브랜드 앰배서더(홍보대사), 명품업계 유명 인플루언서 등이 신제품과 브랜드 철학, 기술력 등을 토론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했다. SIHH 주최 측이 이처럼 라이브 방송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SIHH를 주최한 제네바 고급시계협회(FHH)의 파비엔 루포 회장은 박람회 첫날인 지난 14일 환영행사에서 “e커머스, SNS 등 시계 제조사가 소비자와 소통하는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며 “우리가 SIHH 랩(LAB)을 신설한 것도, SIHH 라이브를 생중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그는 “SIHH에 초대받은 바이어, 기자들은 물론 일반 소비자도 브랜드별 연구개발(R&D) 성과와 신제품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SIHH는 바이어, 기자, 초우량고객(VIP) 등 주최 측으로부터 초청받은 사람만 입장할 수 있다. 지금은 박람회 마지막 날을 ‘퍼블릭 데이’로 정하고 일반인도 무료로 들어가 신제품을 볼 수 있도록 했지만 이렇게 바뀐 건 3년밖에 되지 않았다. 최고급 기계식 시계를 선보이는 행사를 가장 빠르게 전 세계 소비자에게 소개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하는 셈이다.

올해 처음 시작한 ‘SIHH 랩’ 부스에도 관람객들이 몰려 관심을 보였다. 이곳에는 예거르쿨트르 까르띠에 로저드뷔 등 제조사들의 특정 기술을 자세히 설명해주는 코너는 물론 일본 섬유전문업체 시마세이키의 3차원(3D) 니트 방직기를 소개하는 코너도 마련됐다.두 대의 인공지능 로봇 ‘페퍼’도 올해 처음 등장했다. 페퍼는 2014년 일본 소프트뱅크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감정 인식 로봇이다. 페퍼는 SIHH에 참가한 브랜드 소개, 부스 안내 등 기본적인 정보를 알려주는 소프트웨어를 탑재했다. 또 “이름이 뭐니?” “오늘 기분이 어때?”, “제일 좋아하는 시계 브랜드는 뭐야?” 등의 질문에도 답변하도록 프로그래밍됐다. 이곳 주위는 “내 이름은 페퍼야” “기분이 끝내줘” “사실 다 좋은 브랜드라서 하나만 꼽을 수가 없어” 등 자연스러운 제스처와 함께 응답하는 페퍼를 구경하는 관람객들로 붐볐다. 페퍼는 영어와 프랑스어로 관람객과 소통했다.

제네바=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