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스톡홀름서 실무협상 착수…3박4일 합숙하며 '끝장담판'

최선희-비건, 첫 회동…北·美, 고위급 이어 실무채널 가동
2차 정상회담 의제,실행계획 집중 논의'…막힌 돌파구 열까
비핵화-상응조치 '기싸움' 예고…핵신고·제재해제 최대 난관 될 듯
미국과 북한이 제2차 정상회담을 2월 말 개최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양측은 19일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실무협상에 착수했다.북한의 최선희 외무성 부상(차관)이 지난 17일, 한국의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이 지난 18일 각각 스톡홀름에 도착한 데 이어 미국의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19일 오후 스톡홀름에 도착했다.

남북한과 미국의 실무협상 대표들은 이날 오후부터 스톡홀름 북서쪽 50km 지점에 위치한 외딴 휴양시설 '하크홀름순트 콘퍼런스'에서 숙식을 함께 하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각 측의 입장을 설명하고 조율하는 '합숙 담판'에 들어갔다.

해당 장소는 스웨덴 정부가 마련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남북한과 미국은 스웨덴 측의 주재하에 3국 대표단이 참석해 협의를 벌이는 형식은 물론 북미간, 남북간 양자 협의 등 다양한 형태의 논의를 통해 타협점을 모색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스웨덴 경찰은 이 시설의 정문에서 한국과 스웨덴, 일본 취재진을 비롯해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차단했다.

작년 8월 비건 대표가 미국의 북핵 협상 실무대표를 맡은 이후 북한측 실무 대표인 최 부상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이번 협상은 오는 22일까지 3박 4일간 남북한과 미국의 대표단이 한 곳에 머물면서 수시 만남을 통해 이견을 좁혀가는 집중협상 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미국과 북한은 지난 18일 워싱턴에서 진행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간 고위급 회담에 이어 실무 협상 채널을 본격 가동하고 나서 2차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돌파구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이번 협상에서 양측은 2차 북미 정상회담 의제와 '로지스틱스(실행계획)에 대해 집중 논의함으로써 앞으로 1개월여 남은 2차 정상회담의 '내용'을 채워 나가는 작업을 벌이게 된다.즉 양측은 완전한 비핵화, 북미간 새로운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주요 내용의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조율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테이블 위에 올릴 예정이다.
북한과 미국은 지난 1차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비핵화와 이에 따른 미국의 상응 조치를 놓고 양보 없는 기 싸움을 펼쳐왔다는 점에서 이번 협상에서도 치열한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양측은 작년 6월 제1차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핵시설 및 핵 능력에 대한 신고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해제를 놓고 팽팽하게 맞서 지금까지 2차 정상회담 합의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과 북한이 2차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기존 입장에서 한발씩 물러나 8개월째 교착상태에 빠진 협상 국면을 타개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협상을 벌일 가능성도 거론돼 주목된다.

일례로 북한의 총체적인 핵 신고 대신 영변 핵시설 폐기 및 동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해체와 미국의 부분적인 제재해제를 맞바꾸는 '스몰 딜(Small Deal) 구상'이 거론된다.

특히 이 과정에 북한이 이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요구한 개성공단 사업 및 금강산 관광 사업 재개 문제도 협상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번 실무협상에는 한국 대표단도 참여함에 따라 북한과 미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할 경우 한국 정부의 '중재자 역할'이 주목된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차가 크고, 논의할 내용도 많은 반면에 이번 스톡홀름 협상은 일단 22일까지 잡혀 있어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보다 탐색전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비건 대표는 이날 오후 스톡홀름에 도착한 뒤 곧바로, 최 부상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스웨덴 외교부를 방문해 스웨덴 측 인사를 면담한 뒤 취재진을 따돌리고 비공개 협상장소로 옮겨갔다.전날 밤늦게 스톡홀름에 도착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오전 협상 대책을 준비한 뒤 오후에 협상장소로 이동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