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달러화 표시 채권 年 4%대 수익률 기대"

고수 인터뷰 - 표충식 우리은행 자산관리 추진부장

美 금리 인상 기조 약화로
弱달러로 전환 가능성 커져
신흥국 시장에 관심 높여야

대외부채 우려 커진 중국보다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인도·동남아 주식투자가 유망

IT 등 고평가 성장주보다는
저평가 가치주로 눈 돌려야
“올해는 지난해 성과가 부진했던 달러화 표시 신흥국 채권에 주목할 만합니다. 미국 달러화 강세로 인한 신흥국 통화 불안이 완화되면서 신흥국의 높은 금리가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죠.”

표충식 우리은행 자산관리(WM)추진부장(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약달러 시기에 성과 개선이 기대되는 금융상품에 투자해야 한다”며 이 같은 상품을 추천했다. 이어 “블룸버그 바클레이즈 채권지수에 편입된 신흥국 달러화 표시 채권의 평균 금리는 6% 선으로 신흥국 채권형펀드에서는 환헤지 비용과 펀드 보수 등을 고려해 4%대 수익률을 기대할 만하다”고 조언했다.표 부장은 미국 달러 강세 흐름이 작년과는 달라질 것이란 점을 지목했다. 작년 신흥국 통화 불안으로 글로벌 투자금이 신흥국 시장을 이탈했지만 미국 금리 인상 기조가 약화되면서 약달러로 전환될 경우 신흥국 시장에 관심을 높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표 부장은 “올해 신흥국 시장에서 투자 기회를 노려볼 만하나 지역별 선별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대외 부채 급증과 금융권 부실 확산 우려가 지속돼 수익률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대신 저유가로 국가 재정 부담은 줄고,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인도와 동남아시아 지역 주식을 추천했다.

국내 주식시장은 당분간 글로벌 경기 성장세 둔화와 주요 기업 실적 부진 등으로 본격적인 반등이 나타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하반기 미국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될 것이란 기대로 기업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며 “2분기 이후 약세장에서 벗어나 유가증권시장은 하반기 2300선 가까이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미국의 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분쟁, 기술주 버블 논란, 중국 부채 우려 등은 국내외 금융시장의 주요 변수란 게 표 부장 설명이다. 그는 “미국은 연말까지 한두 차례 금리 인상이 예상되나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인상 속도가 느릴 것”이라며 “하반기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를 선언할 가능성도 있어 저평가된 주식형 상품을 분할 매수해 두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미·중 무역분쟁은 완화되면서 작년처럼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른 국내 정보기술(IT)업계의 실적 둔화와 미국 첨단기술업체들의 주가 조정이 나타나고 있어 글로벌 기술주들의 고평가 논란은 눈여겨봐야 한다는 진단이다. 표 부장은 “2000년 초반 발생한 IT 거품 붕괴 충격을 극복하는 데 3년가량 걸린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고평가 성장주보다는 저평가 가치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급격히 늘어난 중국의 대외 채권과 부동산 가격 조정 우려도 조정 국면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단 그는 “중국은 무역흑자와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보유하고 있고, 정부의 정책 대응력도 막강하다”며 “과도한 주가 하락 시 분할 매수 기회로 삼을 만하다”고 조언했다.

작년 대부분 금융자산이 마이너스 수익률로 원금을 까먹으면서 연초 차익 실현을 고민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표 부장은 “중소형주의 ‘1월 효과’와 JP모간의 헬스케어 콘퍼런스 등 호재로 연초 급등한 중소형 바이오제약주는 일부 차익을 실현할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대신 저평가된 대형 가치주에 분산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표 부장은 3년 뒤를 내다보고 포트폴리오에 담을 금융상품으로 미국 주식형펀드를 꼽았다. 그는 “작년 말 미국 증시가 큰 폭의 조정을 받았지만 세계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미국의 성장세는 아직 꺾이지 않았다”며 “기술주 관련 버블 우려가 남아 있는 만큼 지속적인 현금 배당 등 이익환원율이 높은 우량 기업에 선별 투자하는 ‘하나UBS미국토탈일드펀드’에 장기 투자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