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든 아베노믹스 6년

"6년째 경기회복 이끈 아베노믹스의 '3개 화살'
기업 옥죄는 규제 완화, 기업인 氣 살리기에 성공
결국 親기업·친투자 정책이 일본 경제 부활의 일등공신"

박종구 < 초당대 총장 >
일본 아베 신조 정부가 출범한 지 6년이 지났다. 2012년 12월 ‘경제 제일주의’를 내걸고 출범해 ‘잃어버린 20년’으로 상징되는 경기 침체를 극복하고 6년째 경기 회복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아베노믹스’가 일등공신이다. 통화공급 확대, 적극적 재정운영, 구조개혁이라는 ‘3개의 화살’로 상징된다. 엔저(低)를 바탕으로 수출이 대폭 늘었다. 법인세율을 인하해 비용 경감과 투자 촉진을 유도했다. 산업경쟁력강화법 제정, 규제개혁특구 확대, 카지노 허용 등으로 기업을 옥죄는 규제 완화에 앞장섰다. 재계와 소통을 강화하고 기업인의 기(氣) 살리기에 노력했다.

친(親)기업, 친투자 정책에 기업이 적극 화답함으로써 경제가 활력을 되찾았다. 실업률은 2.5%까지 떨어졌다. 1인당 취업 가능한 일자리를 보여주는 유효구인배율은 1.63배다. 리크루트사 조사에 따르면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내년 졸업 예정자 구인배율은 10 대 1에 달한다. 일손 부족으로 65세 이상 시니어 직원을 재고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람을 못 구해 도산하는 기업 수가 사상 최고 수준에 달했다. 지난해 12월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해 향후 5년간 14개 업종에서 34만 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단순 노동자에게도 영주권을 부여하는 등 이민국가를 지향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사회의 형태를 바꿀 법”이라고 평가했다.수송기기·전자기기 등 주력 기업이 부활을 견인했다. 최근 8분기 연속 설비투자가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으로 부채를 줄이고 생산성 향상과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했다. 인수합병(M&A)도 활발히 이뤄졌다. 작년 해외 기업 M&A 총액은 1910억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다. 6년 만에 중국을 추월했다. 다케다제약은 아일랜드의 샤이어를 인수해 세계 8위 제약사로 도약했다.

도쿄 도심 지역 공실률이 2% 이하로 떨어졌다. 1991년 이후 최저치다. 기업 가치가 100억엔을 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1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났다. 도요타자동차는 25조원대 순이익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이 9%를 웃돈다. 손정의의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미래차 사업 동맹을 추진하고 동남아 최대 자동차 공유서비스 그랩에 10억달러를 출자했다. 도요다 아키오 최고경영자는 “기술혁신으로 자동차의 개념과 경쟁자가 바뀌고 있다”며 임원을 23명으로 줄이고 상무, 부장, 과장을 ‘간부’로 일원화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히가시하라 도시아키 히타치 회장은 대량생산 방식의 전통적 제조업 대신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부문에 주력하고 있다. 경쟁력 낮은 TV, PC 부문을 과감히 정리했다.소니는 2년 연속 사상 최고 순익을 기록했다. 일등공신은 플레이스테이션이 이끄는 게임과 이미지센서다. 이미지센서는 글로벌 점유율 1위다. 프리미엄 가전 중심에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기업으로 재빨리 변신 중이다. 요시다 겐이치로 대표는 “엔터테인먼트는 소니의 DNA”라고 강조한다. 자율주행차, IoT 시장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관광산업도 효자 노릇을 했다. 작년 방일 관광객이 3100만 명을 돌파했다. 2015년 이후 한·일 관광객 수가 역전됐다. 내수 기업이 되살아나 산업 지도를 바꾸고 있다. 식음료, 유통, 호텔 등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 고령사회 일본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애로 요인도 적지 않다.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 합계출산율이 1.45명으로, 아이 울음소리를 듣기 어려운 마을이 수두룩하다. 이탈리아, 독일과 함께 세계 3대 ‘노인대국’이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8%를 넘는 초고령국가다. 고령화와 일손 부족으로 공무원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방안이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국내총생산(GDP)의 250%에 달하는 국가채무 역시 일본 경제의 아킬레스건이다. 지속적인 엔화 가치 상승도 큰 문제다. 엔고(高)가 지속될 경우 기업의 수출과 채산성에 타격을 줄 것이다. 올해 달러당 100엔이 깨질 것이라는 비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결국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이 일본 경제 부활의 일등공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