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한 손혜원 "검찰서 의혹 규명"…野 "의원직 사퇴 뒤 수사받아라"

검찰 수사로 넘어간 '목포 투기 의혹'

孫 "의혹 밝힌 뒤 복귀"
SBS 등 명예훼손으로 고소…국회 상임위에서도 물러나

부적절한 처신 지적에 "문화계에 긍정적 영향 미쳤다"

野 4당, 일제히 비판
한국 "탈당으로 끝날 문제 아냐"…평화 "목포 시민에 대한 모독"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홍영표 원내대표가 지켜보는 가운데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탈당 의사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 목포 구도심 부동산 투기 의혹을 사고 있는 손혜원 의원이 20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손 의원은 투기 의혹을 처음 제기한 SBS를 고소하겠다며 “검찰 조사에서 의혹이 하나라도 사실로 밝혀지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검찰로 넘어간 ‘목포 투기’ 의혹손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해찬 대표 등 지도부의 간곡한 만류가 있었지만 더 이상 온 국민을 의미 없는 소모전으로 몰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탈당 이유를 밝혔다. 손 의원은 “당에 더 이상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앞으로 무소속 신분으로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다. 지난 15일 투기 의혹이 처음 제기된 지 닷새 만이다. 이날 손 의원의 탈당 기자회견에는 홍영표 원내대표가 자리를 함께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투기가 아니다”는 판단을 내렸으나 목포 구도심 구매 주택 규모가 늘어나고 각종 의혹으로 여론이 악화되는 점을 들어 손 의원의 탈당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당의 부담을 덜기 위해 탈당하겠다는 손 의원의 입장을 수용했지만 언론의 의혹에 대해서는 과도한 여론몰이라는 시각이 있다”고 전했다.

손 의원은 차기 총선에 불출마한다는 종전 입장을 재확인하며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라는 야권의 요구는 거부했다. 손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면서 제 역할은 끝났다”며 “차기 국회의원 선거엔 출마하지 않겠지만 지역구민을 위해 남은 의원 임기를 다할 것”이라고 했다. 손 의원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상임위원에서도 물러난다. 민주당 탈당에 따라 문광위 여당 간사직도 맡을 수 없게 된다.

손 의원은 검찰 수사에서 진위 여부를 가린 뒤 당에 복귀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검찰 수사 결과에서 의혹이 0.001%라도 일치한다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문광위 여당 간사로서 처신이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문화계에 영향을 미쳤다면 긍정적인 영향이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제가 잘 알고 있는 문화 예술, 전통문화 담당 상임위 활동으로 이제껏 제가 꿈꾸던 세상을 위해 일했다”고 말했다.
20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손혜원 랜드 게이트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한선교 단장(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원직 사퇴” 등 야 4당 일제 비판

자유한국당 등 야 4당은 손 의원의 기자회견을 일제히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은 진상조사를 위한 특검까지 요구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손 의원이 박지원 의원을 ‘노회한 정치인’이라고 직접 공격한 뒤 민주평화당도 비판 강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소관 상임위와 관련된 사업 지역의 부동산을 대량으로 매입한 행위는 탈당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손 의원은 의원직을 내려놓고 자연인 신분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손 의원 탈당 기자회견 자리에 홍 원내대표가 함께한 데 대해서는 ‘뒷배 탈당이냐’고 비꼬았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탈당으로 끝내겠다는 뻔뻔하고 오만한 민낯이 부끄럽다”며 “의원직 사퇴가 답”이라고 가세했다.

그동안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던 평화당, 정의당도 비판 입장으로 선회했다. 박주현 평화당 수석대변인은 “지역 기업과 지역 의원에 대해 아무 근거 없이 함께 검찰 조사를 받자는 태도는 목포 발전이라는 손 의원의 동기조차 의심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손 의원이 ‘배신의 아이콘’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박지원 의원은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