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의혹' 손혜원 탈당 기자회견 말말말 … 野 "의원직 사퇴해야"

손혜원 민주당 탈당…“당에 더 이상 부담 안돼”
"박지원 이길 후보 있다면 그 분 도울 것"
홍영표 원내대표 탈당 기자회견 동행 눈길
야당 "의원직 사퇴해야"
사진=연합뉴스
전남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탈당 기자회견에서 뱉은 말들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손 의원은 2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 지도부에는) 당에 더 이상 부담 주지 않기 위해 탈당하겠다"라고 밝혔다.손 의원은 차기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는 초강수도 뒀다.

◆ 거침없는 발언의 역사

손 의원은 이번 목포 투기 의혹 전에도 수차례 설화(舌禍)로 곤혹을 겪었다.손 의원의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 당시 "강단없다·나쁜 머리·가증스럽다"라고 말했다가 자살 소동 후 슬그머니 글을 삭제한 바 있다.

아울러 지난해 병역특혜 논란으로 국정감사에서 선동열 대표팀 감독에게 "이렇게 끝까지 버티고 우기면 2020년까지 야구대표팀 감독을 하기 힘들다"라며 "그 우승이 그렇게 어려웠다고 생각지 않는다. 사과하든 사퇴하라"라고 몰아붙이다가 '야알못(야구를 알지 못하다)' 비난에 직면했다.

이후 선 감독은 지난 11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손 의원 발언 듣는 순간) 사퇴를 결심했다. 사퇴를 통해 국가대표 야구 선수들과 금메달의 명예를 지키겠다"라며 자진 사퇴했다.손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와 친구 사이라는 점까지 알려지며 초선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무게감있는 정치적 행보를 보여왔다.

손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에서도 어김없이 직설적이고 강도 높은 발언을 거침없이 이어갔다.

◆ 탈당 기자회견 손혜원 의원 말말말※"대중 움직이는 일 잘 알고 있어서 정치가 어렵지 않았다."

손 의원은 본인이 40년간 브랜드를 만드는 일과 홍보를 해왔기 때문에 대중들이 어떤 컨텐츠에 움직이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다. 대중을 움직인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이유로 이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추측된다.

※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나더러 의원직 사퇴하라 하겠지만 (검찰 조사 끝나면) 내가 알아서 하겠다."

강단있는 발언을 이어온 손 의원의 면모를 가장 잘 엿볼 수 있게 한 말이었다.

민주당 사퇴도 당에서는 만류했지만 스스로 결정했으며 국회의원 직에서 물러나는 것도 본인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당당함이 엿보인다. 손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탈당'이라는 말 대신 '당적을 내려놓는다'는 표현을 써달라고 따로 요청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브랜드를 이끌어온 자부심이 묻어나온다.

※"살면서 동지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 것이라 생각한 적 없다."

손 의원은 이날 자신의 탈당 이후에도 민주당에서 자신을 지지하고 성원해 줘야 광야에 나가 싸울 수 있음을 수 차례 강조했다. 특히 당을 살리기 위해 자신이 당을 나가는 것이라는 점도 드러냈다.

"투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징계는 없다"던 민주당 지도부는 그동안 탈당을 만류했다가 '당에 부담을 주기 싫다'는 손 의원의 강력한 의지를 결국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 자리를 함께하는 것으로 당의 변함없는 신뢰를 확인시켜 줬다.

손 의원은 "차명계좌나 압력행사 등 모두에 대해 엄정한 판단을 받고 혐의가 있다고 밝혀진다면 그 자리에서 의원직을 사퇴할 것이다"라면서 "제가 언제나 민주당원 옆에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고 더 힘을 달라"고 응원을 요청했다.

※"목포 나갈거냐고 물어볼 기자는 없나"

손 의원은 스스로 위와 같은 질문을 요청한 뒤 "전 안 나갈건데 더이상 국민이 보고 싶어하지않는 배신의 아이콘(박지원 의원)을 물러나게 할 후보가 있다면 그 분 유세차에 함께 타겠다"라고 박 의원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앞서 박 의원은 "투기가 아니라고 믿는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투자한 곳이 20여 곳 이상으로 늘어나자 "내가 속았다. 지금이라도 이실직고 하라"고 손 의원을 압박했다.
사진 연합뉴스
※"정치하려 (국회)들어온 게 아니라 문재인을 대통령 만들려 들어온 것."

손 의원의 지역구인 마포구 주민들이 들었다면 다소 허탈할 발언이다. 손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정치인으로서의 소임은 문 대통령을 당선시키면서 끝났다면서 내 역할이 끝났으니 다시는 국회의원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제가 문화계 영향 미쳤다면 그건 긍정적 영향력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손 의원은 '문화계에 끼치는 영향력이 있는데 공직자로서 처신이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라는 기자의 질문에 단호하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손 의원은 "제가 영향력을 끼쳤다면 긍정적인 영향력이었을 것이다"라고 단정지어 말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국회의원이 상임위 업무와 관련하여 부동산 투기를 위하여 국비를 배정 받은 사례는 내 기억으로는 처음이다"라면서 "국회의원 사퇴가 아니라 엄중 처벌해야 한다. 최순실 보다 더한 범죄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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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이날 손 의원이 탈당을 선언한 것과 관련,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의 가장 큰 오점”이라고 지적했다.

하 최고위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민주당은 오늘 손혜원 의원의 출당 조치 발표하고 국회 윤리위에 의원직 제명 건의했어야 했다”면서 “손 의원이 청와대 약점이라도 쥐고 있지 않다면 민주당이 저렇게 쩔쩔맬 수가 있나. 홍 원내대표가 손 의원 죄 없다고 탈당 만류하는 장면에서 국민들은 신적폐정당의 타락한 모습을 본다”라고 질타했다.

한선교 자유한국당 '손혜원 진상규명 TF 단장은 "정의의 심판(대)에서 판단하기 위해서 우리는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된다고 믿는다"라고 밝혔으며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탈당으로 끝내겠다는 뻔뻔하고 오만한 민낯이 부끄럽다. 의원직 사퇴가 답이다"라고 말했다.민주평화당은 손 의원의 박지원 의원에 대해 '노회한 정치인'으로 낙인 찍은 데 대해 "최소한의 사과도 없이 모든 것을 남 탓으로 돌렸다"라고 지적했으며 정의당은 "탈당으로 책임이 덜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