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인도 SOC 투자 수혜…건설기계업종 '호황'

산업리포트

두산인프라코어 중국에서 작년 굴착기 판매 44% 급증
현대건설기계는 80% '껑충'

인도 대규모 인프라 건설 추진…건설장비 시장도 크게 늘어나

국내 수요 뒷받침 되지 않아 업황 호조 지속될지 미지수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중국에서 전년보다 44% 늘어난 1만5630대의 굴착기를 판매했다. /두산인프라코어 제공
지난해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력 수출품 부진에도 불구하고 굴착기와 휠로더 등 건설기계업종은 나홀로 질주를 이어갔다. 2015년 글로벌 건설 경기가 꺼지면서 침체에 빠졌지만 2017년부터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이 진행되면서 건설기계 판매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중국·인도·미국 ‘호황’중국공정기계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굴착기 판매량은 전년(13만559대)보다 41.1% 증가한 18만4190대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11년에 세운 종전 기록(17만1894대)과 비교해서도 1만 대 이상 많았다.

한국 업체의 굴착기 판매량도 크게 증가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작년 중국에서 1만5630대의 굴착기를 팔았다. 2017년(1만851대)과 비교해 44% 늘었다. 시장 점유율 8.5%로 중국 사니, 미국 캐터필러, 중국 XCMG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현대건설기계의 중국 굴착기 판매량도 4013대에서 7234대로 80.3% 껑충 뛰었다.

중국의 건설기계 수요 급증은 SOC 투자 덕분이다. 중국은 시진핑 정부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육지와 해상에서 신(新)실크로드를 건설하는 구상인 만큼 도로 철도 항만 등 굵직한 건설 사업이 많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광산 개발 등이 맞물리면서 건설장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중국뿐 아니다. 인도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SOC 투자로 중국에 이어 건설장비 최대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모디 총리는 2014년 집권 후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신도시 조성과 도로 항만 등 대규모 인프라 건설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선 인도 건설장비 시장 규모가 2017년 2만 대에서 2022년 3만8000대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건설기계는 연말까지 인도 푸네공장 생산 능력을 6000대에서 1만 대로 늘리는 등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의 건설장비 판매 호조 속에 두산인프라코어는 작년 창사 이후 가장 많은 8600억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건설기계도 작년 영업이익이 2000억원을 넘어서 전년(1378억원)보다 4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두산그룹의 소형 건설 중장비 업체인 두산밥캣도 미국과 유럽 주택시장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 덕분에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조1993억원과 4730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6.5%, 2% 늘어난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내수 부진·공급 과잉 악재

건설기계업계 호황이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우선 정부의 SOC 투자 감소 등으로 국내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는 해외 매출은 급증했으나 국내 매출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중국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 공급 과잉 상태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국내 업체들은 반제품 판매와 신시장 개척으로 굴착기 판매 감소에 대비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굴착기 본체를 변형해 수직 굴착 작업에 쓰이는 ‘로터리 드릴링 리그’와 광산에서 바위 등을 깨는 ‘리퍼’ 등 특수장비 판매를 늘린다는 목표다. 이 회사는 지난 8일 중국 정위중공과 2500억원 규모의 반제품(굴착기 상부체) 1200대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 현대건설기계는 베트남 하노이에 지사를 세우는 등 신(新)남방국가 공략에 나섰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