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성공적인 '피벗 투 아시아'

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마이클 오슬린 < 美 후버연구소 연구위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8년 마지막 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역할 강화를 겨냥한 ‘아시아 안심법안’에 서명했다. 이 법안은 미국의 지역 이익과 관련한 포괄적인 법안이다. 일본 인도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 및 동남아 동맹 국가와 지역에 대한 군사·외교·경제적 관여를 강화하는 비용으로 2023년까지 연간 15억달러(약 1조6000억원)의 지출을 승인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전략과 달리 이 정책은 중국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을 세계 무대에서 철수하며 미 주도의 세계 질서를 혼란스럽게 한 것으로 비판받고 있지만 아시아에서의 목표는 역대 정부가 내세운 목표와 일치하고 있다. 그것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유지하는 일이다.트럼프 아시아정책, 美국익 일치

트럼프 정부는 의욕적으로 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500억달러어치 중국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트럼프의 결정은 중국이 공정무역 상대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토록 했다. 미군은 ‘항행의 자유’ 작전 횟수와 중국이 남중국해에 신설한 군사기지 인근의 비행도 늘리고 있다. 미 행정부는 중국의 사이버 공격에 애써 관심을 보이지 않던 방침도 폐기했다.

트럼프는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 비핵화에 힘을 쓰도록 하는 다자간 협상 모델을 뒤집고 김정은과 직접 협상하고 있다. 중국 발전과 북한 핵 개발 계획을 막지 못하면 트럼프는 이 지역에서 미국의 국익을 훼손할지 모른다.미 행정부는 중국의 집요한 사이버 스파이 행위에 대한 보복도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벨기에 당국이 중국의 정보당국자를 미국에 넘겨주었다. 미 항공사 영업 비밀을 훔친 이 인물은 조만간 미국에서 재판받는다. 12월에는 미국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체포됐다. 멍 부회장은 석방됐지만, 뉴욕 동부지구 연방검찰은 멍 부회장 인도를 요구하고 있다.

공화·민주 양당 의원들은 트럼프의 대담한 자세가 훨씬 이전에 취해졌어야 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의 ‘아시아 피벗(pivot·중심축)’ 전략은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트럼프가 북한과의 합의를 서둘러 비핵화 약속의 대가로 한반도에서 미군을 철수시킬 우려도 있다. 만약에 북한 한국 중국의 압력에 트럼프가 굴복할 경우 일본 등 동맹국에 ‘미 정부가 군대를 철수하지 않고 그들이 독자적으로 중국 위협에 대치하는 사태는 없다’고 납득시키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中에 對美약속 이행 압박해야트럼프는 중국의 추가 시장 개방과 국제법 준수, 해킹 단속에 대해 최대한 상세하고 검증 가능한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 지금까지 중국의 약속은 입발림 소리로 끝났다. 중국 정부가 이번에도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트럼프는 미국 대학의 중국 학생 수를 제한하고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의 미 사업을 억제하며 중국 세력에 의한 미 기업·부동산 구입에도 제약을 가해야 할 것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을 대신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대국이 될 날을 앞당기려 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미국의 동맹국은 중국의 광역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를 지지할 때인지 판별하려 하고 있다. 트럼프의 ‘아시아 중심 전략’은 이런 결과를 방지할 마지막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리=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이 글은 마이클 오슬린 미 후버연구소 연구위원이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칼럼 ‘Trump’s Successful Pivot to Asia’를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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