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대들보' 반도체 휘청…83개월째 무역흑자 깨질 판

반도체發 '수출 비상'

반도체 단가 하락 이어
수요감소 현상까지 나타나 두달 연속 수출 감소 우려

산업부, 장관주재 전략회의…수출보험 한도 2배로 확대
< 수출전략회의 주재하는 성윤모 산업부 장관 >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 세 번째)이 21일 서울 서린동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민·관 합동 수출전략회의’를 주재하고 범정부 수출 컨트롤타워 가동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지난해 3분기 반도체가 포함된 전기 및 전자기기 제조업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기여도는 0.8%포인트였다. 같은 기간 전체 GDP가 0.6% 증가했으니 반도체가 없었다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뻔했다. 반도체가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20.9%에 이르렀다. 2016년 12.6%에서 수직 상승했다.

이렇듯 한국 수출과 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해온 반도체가 지난해 말부터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1월 들어 20일까지 반도체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8.8%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달에도 전년 같은 달 대비 8.3% 줄었다. 반도체 수출이 감소하니 전체 수출도 휘청이고 있다. 1월1~20일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14.4% 감소한 256억8000만달러에 그쳤다. 같은 기간 무역수지는 16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2012년 2월 이후 이어온 83개월 연속 흑자가 깨질 판이다. 수출 버팀목이던 반도체가 각종 수출 지표를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변한 셈이다.
20일까지 부진하던 수출이 월말에 가서 회복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작년 열두 달 가운데 1~20일 속보치와 월말 기준 수출 증감률의 차이를 보면 명절이 있는 달을 제외하고는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달 전체 수출과 반도체 수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한국 수출은 2016년 9~10월 이후 약 1년 만에 두 달 연속 감소를 기록하게 된다.

작년 3분기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떨어질 때는 ‘반도체 단가 하락’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됐다. 2017년 치솟았던 단가가 정상화되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니 크게 염려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요 반도체 구매처의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 부품을 많이 쓰는 스마트폰 판매가 줄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3억5700만 대로 전년보다 3% 줄었다. 올 1분기에는 감소율이 19%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인터넷기업의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주문도 줄고 있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구글, 아마존 등 반도체 큰손이 단가 하락을 좀 더 기다려보자며 반도체 주문을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구조적인 이유 때문에 반도체 경기 하락이 당분간 계속되리라는 전망이 많다. 안 상무는 “올 하반기 5세대(5G) 스마트폰 출시 등으로 수요가 살아나기 전까지는 반도체 판매가격 하락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주력 업종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지난해 반도체에 이어 수출 품목 2~3위였던 일반기계와 석유화학은 지난달 수출이 각각 1.4%, 6.1% 줄었다.

연초 수출이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자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관계부처 차관급, 업종별 협회장 등과 함께 ‘민·관 합동 수출전략회의’를 열었다. 산업부는 정기적인 수출점검회의를 열고 있지만 장관이 주재하고 관계부처 차관급까지 참석한 회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범부처 차원의 민·관 합동 수출 총력지원 체제를 본격 가동한다”며 “수출통상대응반, 수출활력촉진단을 구성해 수시로 수출 애로를 점검하고 해소 대책을 내놓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차원에서 1~2월 두 달간 주력 시장과 신흥시장에 대한 수출보험 한도를 최대 두 배 확대하기로 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