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개인도 5000만원 있으면 전문투자자 된다

하반기부터 벤처·사모펀드 등 '고위험 고수익' 상품 투자 가능

금융위, 자격 요건 대폭 완화
연소득 1억·순자산 5억 충족시, 장외파생상품 등 제한없이 투자
자본금 5억 이상 요건 갖추면 中企 투자중개사 설립할 수 있어
▶마켓인사이트 1월21일 오후 5시5분
최종구 금융위원장(오른쪽)이 21일 인천 검단공단에 있는 전자칠판 제조업체 아하정보통신 본사에서 자본시장 혁신과제 후속 조치를 발표했다. 왼쪽은 구기도 아하정보통신 대표. /금융위원회 제공
올 하반기부터 개인 전문투자자가 될 수 있는 요건이 크게 완화된다. 일반투자자가 아닌 전문투자자가 되면 장외 파생상품과 크라우드펀드 등에 제한 없이 투자할 수 있는 등 각종 규제 적용을 덜 받는다. 벤처나 사모펀드 등 고위험·고수익 금융상품에도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다. 또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창구 역할을 담당할 중소기업 금융 전문 투자중개회사(이하 중기 투자중개회사)도 새롭게 도입된다.금융당국은 전문투자자 자격을 쉽게 하고 중기 투자중개회사를 설립하면 벤처·중소기업에 자금을 유입시키면서 투자자들에게는 이익을 안겨주는 ‘모험자본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 전문투자자 문턱이 크게 낮아지면서 금융회사들의 불완전 판매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투자자 되기 쉬워진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1일 인천 검단공단에 본사를 둔 전자칠판 제조업체 아하정보통신을 방문해 이 같은 내용의 자본시장 혁신과제 후속 조치를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금융위가 혁신기업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내놓은 12개 자본시장 혁신과제 중 ‘전문투자자 요건 완화’와 ‘중기 투자중개회사 도입 방안’을 구체화한 것이다.금융위는 개인 전문투자자 진입 문턱을 대폭 낮추는 방안을 이달 중 입법예고키로 했다. 현재 전문투자자는 금융투자상품 잔액이 5억원 이상이면서 연 소득 1억원 이상 혹은 총자산 10억원 이상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금융상품 잔액이 5000만원 이상인 경우 △연 소득 1억원 이상 개인 혹은 부부 합산 1억5000만원 이상 가구 △주거 중인 주택을 제외하고 순자산 5억원 이상 등 두 가지 요건 중 하나만 충족하면 전문투자자가 될 수 있다. 다만 요건이 되는 금융상품에서 국고채, 머니마켓펀드(MMF) 등 초저위험 상품은 제외된다. 어느 정도 위험 투자를 하는 개인에게 전문투자자 자격을 주겠다는 취지다.

또 지금은 전문투자자가 될 수 없는 감정평가사·세무사·변리사·변호사·회계사 등 국가 공인자격증 보유자와 금융투자회사 임직원 중 관련 직무 종사자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기로 했다.금융위는 새롭게 전문투자자가 될 수 있는 개인이 37만~39만 명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지난해 말 기준 2648명에 불과한 개인 전문투자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문투자자는 비상장 주식을 비롯해 신용등급 ‘BB’ 이하 채권, 사모펀드, 원금비보장형 파생결합증권 등 초고위험 금융상품에도 제한 없이 투자할 수 있다. 그러나 투자자 보호를 위해 증권회사가 전문투자자 관련 불건전 행위를 할 경우 1억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中企 전문 투자중개회사 도입중소기업 자금조달을 돕는 전문 금융회사를 차리기도 쉬워진다. 금융위는 올 1분기 안에 자본시장법에 전문 사모 투자중개업을 새로 넣기로 했다. 자본금 5억원 이상, 자산 총액 1000억원 미만, 전문인력 2명 이상 등 일정 요건만 충족하면 중기 투자중개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

중기 투자중개회사는 전문투자자를 상대로 한 중소기업의 사모증권 발행 중개와 유통 등을 전문적으로 맡는다. 자산 양수도나 인수합병(M&A) 등 구조조정 자문을 부수업무, 대출 중개·주선·대리는 겸영업무로 할 수 있다.

기존 금융회사에는 중기 투자중개회사 지분을 20% 정도까지만 보유하도록 제한을 둘 방침이다. 초대형 투자은행(IB)이 발행어음을 찍어 마련한 자금을 중기 투자중개회사를 거쳐 중소기업에 투자하는 경우 해당 금액만큼 기업금융자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IB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전문투자자 제도가 활성화되면 자본시장에 개인 큰손의 자금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클 것”이라면서도 “경기 하강 논란이 있는 시기에 개인 자금을 위험자산 투자 쪽으로 유인한다는 점은 다소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