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재계와 손잡고 직업계고 현장실습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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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취업-후학습’ 우수기업 선정해 지원키로“일하는 학생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기업도 적극 지원해야 합니다.”(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법으로 모든 걸 막을 수는 없습니다. 직업계고 현장실습제도 개선은 법이 아니라 규범의 문제로 접근해야 합니다.”(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고졸 취업 활성화와 직업계고 현장실습제도 개선안 보완을 위해 21일 교육당국, 기업체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오전 경기 부천 ㈜신광앰엔피를 방문해 직업계고 학생, 기업 관계자들과 함께 ‘경청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장덕천 부천시장과 김학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박건수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 장신철 고용노동부 직업능력정책국장, 이석길 경기교육청 제2부교육감 등 정부 관계자는 물론 중소기업 대표들과 경제단체장도 참석했다.
1976년 설립된 신광앰엔피는 주사기를 비롯한 의료기기와 화장품 용기 등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이다. 상시근로자 수는 160여 명,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약 400억 원이다. 산학일체형 도제교육 참여기업으로, 부천공고 3학년 금형전공 재학생 2명이 2년 과정(910시간)을 통해 전공교과수업과 기업체 현장훈련을 병행하고 있다.이번 경청회에서는 직업계고 현장실습제도 개선안 보완책에 대한 의견이 주를 이뤘다. 교육부는 이날 직업계고 학생들이 안전한 현장실습 기회와 취업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선취업-후학습’ 우수기업을 선정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2017년 11월 제주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사망한 특성화고 학생 고(故) 이민호 군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현장실습 개선안을 마련했다. 근로가 아니라 학습 중심으로 현장실습을 운영하고 학기 중 조기취업을 못하도록 한 게 골자다. 김태갑 안양공고 교장은 “특성화고는 조기취업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돼있는 게 강점”이라며 “현장실습이 잘 안되니까 취업하기도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실제 지난해 취업률이 58%에서 올해 25%로 떨어져 신입생 모집에도 어려움을 겪는다는 게 김 교장의 설명이다.
박 회장은 “불행한 사고가 반복되는 일을 막기 위해 법이 바뀌었다”면서도 “법만으로 모든 사고를 막을 순 없다”고 말했다. 그는 “법이 아무리 잘 만들어져도 현장에서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인도하겠다는 생각이 없으면 기간이 짧든 길든 어떤 형태든 사고가 날 수 있다”며 “현장실습 개선은 법이 아니라 규범의 문제로, 규범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기업을 계도하고 정보를 적극 공유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기업체 방문기회 등 교류의 장을 늘려가야 한다는 취지다.
학교 현장부터 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미디어코어시스템즈에서 도제교육을 받고 있는 이호준 삼일상고 3학년 학생은 “학교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각 회사, 업종별로 색깔이 있다”며 “학생들을 각 색깔에 맞춰서 좀더 체계적으로 교육시켜주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중소기업 청년취업 활성화를 위한 여러 제안들도 나왔다. 박건수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은 “제조업 고용 일자리 50% 이상은 산업단지에 밀집돼있다”면서 “여기 가보면 청년들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단지와 중소기업의 작업장 환경이라든가 근무여건, 인식 등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청년들을 위한 문화체육시설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