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갑, 중견련 3년 더 이끈다…'희미해진 존재감' 회복할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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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후보 없어 3연임 성공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장(사진)이 3년 더 회장직을 맡기로 했다. 3연임으로 강 회장은 9년간 중견련을 이끌게 됐다. 규정상 한 차례 연임할 수 있지만 회장직에 나서는 후보가 없어 한 번 더 회장을 맡기로 했다.
내달 27일 총회서 추대 예정
"임기 때 소속 부처 옮겼지만 중견기업 대표 단체 역할 못해"
회원사 늘리는 것도 숙제
1992년 중견기업인 동호회로 시작한 중견련은 5년 전인 2014년 법정단체로 출범했다. 2017년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로 소속 부처도 옮겼다. 모두 강 회장 임기 내 이룬 성과다. 강 회장은 기업 경영도 하며 중견련을 위해 홀로 뛰다시피 했다. 하지만 내실은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견련의 존재감은 떨어지고, 회원사 확대 등 외연도 넓히지 못했기 때문이다.“회장직 맡겠다는 사람 없다”
중견련은 지난 15일 서울 종로의 한 식당에서 회장단 회의를 열었다. 장시간 토론 끝에 강 회장이 한 번 더 회장을 하기로 결정했다. 2013년 2월 중견련 8대 회장으로 취임한 강 회장은 2016년 한 차례 연임했다. 다음달 임기가 만료된다. 중견련 규정에는 회장 임기가 3년이고, 1회 연임 가능하다. 이에 따라 중견련은 차기 회장을 장기간 물색했다. 지난해 가을까지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던 문규영 아주그룹 회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문 회장은 지난해 9월 수석부회장직에서 물러났다. “2019년 창립 60주년을 맞는 등 회사 일이 바쁘다”는 게 이유였다. 문 회장이 갑작스럽게 사퇴하자 중견련 회장단과의 갈등설도 흘러나왔다. 중견련 관계자는 “경영상 이유로 물러난 것일 뿐 내부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중견련은 이후 3~4개월간 차기 회장을 찾았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결국 강 회장이 연임키로 했다. 중견련은 다음달 13일 이사회를 거쳐 이 같은 내용을 총회에 상정하고, 27일 총회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중견기업계 관계자는 “중기 대통령이라 불리는 중소기업중앙회장과 달리 중견련 회장은 나서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회원사 참여 저조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강 회장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다. 우선 존재감이다. 중견련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와 함께 6대 경제단체로 불린다. 하지만 최근 중견련의 목소리는 별다른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했다. 최저임금 이슈에 강력한 목소리를 낸 소상공인연합회보다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 현안은 물론 생계형 적합업종 등 중견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 본격 시행되고 있지만 중견련은 주목받을 만한 정책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내실의 기준이 되는 회원사 확대도 지지부진하다. 현재 중견련 회원사 수는 531개로 전체 중견기업 4014개의 13%에 그친다. 강 회장은 2015년부터 회원사를 1000개까지 늘리겠다고 수차례 공언했지만 실패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법정단체 지위를 얻었지만 회원사가 적어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말했다. 중견련에 가입해도 혜택이 크지 않은 것도 회원사 확대에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한마디로 회비만 내고, 받는 게 없다는 얘기다.2, 3세로 넘어간 중견기업인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도 강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중견련 주변에서는 “무엇보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갖춘 젊은 중견기업인이 중견련에 관심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평가도 나온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