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돈 풀어 겨우 맞춘 성장률 2.7%…"올해는 2% 중반도 힘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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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성장률 '6년 만에 최저'지난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6년 만에 가장 낮은 2.7%를 기록했다. 그나마 4분기에 정부가 지출을 크게 늘려 1.0% 성장하면서 정부가 목표로 잡은 2.7%에 턱걸이했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한국은행이나 경제 연구기관이 당초 예상한 것보다 더 나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간투자가 계속 부진하고 소비 회복은 더딘 가운데 그나마 성장을 지탱하던 수출마저 4분기에 꺾였기 때문이다. 대신 정부가 홀로 투자와 소비를 이끄는 ‘정부주도성장’이 더 뚜렷해졌다. 국내외 민간 연구기관은 올해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더 낮아진 2.3~2.6% 안팎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다시 2%대로 후퇴한 경제성장률
작년 건설투자 20년 만에, 설비투자 9년 만에 최악
정부소비는 11년來 최고…'정부주도성장'에 의존
"규제개혁·신산업 육성 등 경제활력 끌어올리기 시급"
정부 돈 안 풀었으면 4분기 역성장한국은행은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 기준)이 전년 대비 2.67% 증가했다고 22일 발표했다. 당초 학계와 연구기관은 2.7% 성장이 힘들 것으로 내다봤지만 지난해 4분기 1.0% ‘깜짝’ 성장하면서 2.7%를 겨우 맞췄다. 4분기 수치만 놓고 보면 3분기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3분기 0.5%에 그쳤던 민간소비 증가율이 1.0%로 상승했고 2, 3분기 연속 큰 폭으로 감소했던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도 플러스로 돌아섰다.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빚어낸 작품이다. 4분기에도 민간투자는 여전히 감소하는 가운데 정부투자가 크게 늘어나 감소분을 만회했다. 4분기 민간투자 기여도는 -1.7%포인트였다. 성장을 깎아먹었다는 얘기다. 반면 정부의 투자 기여도는 0.4%포인트에 달했다.
민간소비가 소폭 늘었지만 이마저도 정부가 하반기 들어 일자리안정자금, 아동수당 등 복지 지원을 대폭 늘리고 유류세를 할인하는 등 민간소비 진작에 나선 영향이 크다. 정부도 부처별 운영비를 대규모로 집행하는 등 소비를 늘렸다.연간으로 따져도 이 같은 정부주도성장 기조가 뚜렷했다. 작년 건설투자(-4.0%)는 20년 만에, 설비투자(-1.7%)는 9년 만에 최악의 감소세를 보인 가운데 정부소비(5.6%)는 11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우려했던 수출 둔화도 4분기 지표에 반영됐다. 1~3분기에 주요 항목 중 정부소비와 함께 플러스 행진을 이어가던 수출은 4분기 -2.2%로 돌아섰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최소한 올해 1분기까지 수출이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나 석유제품의 가격 하락폭이 커지면 하반기 수출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성장률 전망, 예상보다 더 낮춰야올해는 지난해보다 성장률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이 작년과 같은 2.7%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대부분 경제기관과 전문가는 이보다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성장률로 2.6%를 제시했고 LG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은 2.5%를 전망했다.
4분기 성장률 속보치가 발표된 이날 NH투자증권이 2.4%, 영국계 경제분석기관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가 2.3%를 내놓는 등 갈수록 전망은 더 비관적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잡았지만 이날 발표된 지표들의 추이를 보면 이마저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정적 전망의 주요인으로는 세계 경기 하락으로 인한 수출 부진이 꼽힌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새해 들어 미국 중국 등 주요국 경기의 하강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고, 미·중 무역분쟁의 부정적 영향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IMF는 이런 흐름을 감안해 전날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7%에서 3.5%로 낮췄다. 세계 경기 위축으로 인한 수출 부진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수출은 지난달 1.2% 감소한 데 이어 이달에도 20일까지 14.6% 줄었다. 특히 경제 버팀목인 반도체 수출이 1월 들어 20일까지 28.8% 급감하면서 전체 수출 감소폭을 키웠다.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경기 부양 노력을 계속하겠지만 재정으로 성장률을 올릴 수 있는 것은 0.1%포인트 정도가 최대”라며 “경제활력 자체를 끌어올리기 위한 신산업 육성, 규제 개혁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고경봉/서민준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