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협상 비관론 부상…美관리들 '무늬만 합의' 우려

기술도둑질 논의 답보에 '수출만 늘린 미봉' 가능성
트럼프 "중국 장난 중단하고 진짜 합의하게 될 것" 낙관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지지부진하다는 진단과 함께 미국 행정부 내에서 합의에 대한 비관론이 퍼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오는 30, 31일 열리는 양국의 협상을 앞두고 미국 통상담당 관리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태도에 대한 불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낙관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협상에 관여하는 관리들은 무역협상에서 포괄적 합의의 일부로 추진되는 중국의 구조적 변화를 중국 정부가 거부할 것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기술이전 강요, 지식재산권 침해, 사이버 절도 등 이른바 '기술 도둑질'로 불리는 불공정 관행을 제도적으로 개선할 것을 중국에 요구해왔다.그러나 중국은 미국 제품의 수입을 늘리는 데는 적극적이지만 실질적 제도 개선에는 소극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수출을 더 늘리되 개혁요구는 완화하는 방안이 무역 전쟁을 끝내고 증시 불안을 잠재우는데 충분한지 저울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낙관적인 어조로 무역협상의 진전을 강조하고 있다.그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미국의 무역분쟁과 새 정책 때문에 중국이 1990년 이후 가장 둔화한 경제 수치(연간 경제성장률)를 발표했다"며 "중국이 종국에는 진짜 합의를 하고 장난을 그만둘 것이라는 게 매우 이치에 들어맞는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으며 경제여건이 불리해진 중국이 결국 크게 양보할 것이라는 견해로 풀이된다.
그러나 무역협상에 관여하고 있는 관리들은 최근 상황에 다소 회의적인 것으로 관측된다.미국 재무부의 한 대변인은 "무역협상은 중국과 계속되는 절차의 하나이고 마무리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협상을 지휘하고 있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조차 비관론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척 그래슬리(공화·아이오와) 상원 의원은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중국의 구조적 변화에 대해 진전이 일절 없었다고 자신에게 말했다고 최근 밝혔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식시장을 떠받치려고 무역적자만 줄이고 실질적 의미가 없는 구조적 변화를 담은 '무늬만 합의'를 수용할 수도 있다고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동료들에게 우려를 털어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도 지난 18일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기술 문제(기술 도둑질)와 합의이행 강제의 문제는 다뤄지지 않았다"며 "상품문제와 관세율 문제는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과의 통상갈등이 초당적 이슈인 만큼 야당에서도 현재 협상에 대한 우려가 관측되고 있다.

리처드 닐(민주·매사추세츠) 하원 세입위원장은 "중국과의 협상에 당당하고 거칠게 나서라"며 "미중 무역관계의 근본적 재설정을 위해 총력을 다하지 않는 건 미국 경제, 미국 노동자, 산업, 소비자, 혁신가에 대한 배신"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관리들은 심대한 역효과에 직면하지 않고 중국에 추가관세를 부과할 수 있을지를 두고 논의에 들어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초 무역전쟁 휴전을 선언하며 오는 3월 1일까지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부과하고 있는 관세의 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현재 중국 경제는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으며 그 원인으로 고율관세도 일부 거론되고 있다.

중국의 경제여건이 더 악화하면 글로벌 경제성장을 해치고 미국도 피해를 볼 수 있다.

NYT는 시한까지 앞으로 남은 6주 동안 시한을 연장하는 방안, 고율관세를 완화하는 방안 등도 논의될 수도 있으나 최종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렸다고 지적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오는 30, 31일 열리는 미중 무역협상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책사인 류허 부총리가 중국 측 대표로 참석한다.미국 쪽에서는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 등이 류 부총리와의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