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환경회의서 중국 "서울 공기 신선"…한국 "기준 강화 중"

양측 신경전…중국 "한국이 20∼30년 전 겪은 전환기 거치는 중"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비난과 관심이 큰 가운데 서울서 열린 한중 환경회의에서 양측이 은근한 신경전을 펼쳤다.2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3차 한·중 환경협력 국장회의에 중국 측 대표로 참석한 궈징 중국 생태환경부 국제합작사 사장과 우리측 수석대표인 환경부 황석태 기후변화정책관은 회의 시작에 앞서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

궈 사장은 자신이 이날 오전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해 보니 수치가 낮았다면서 "오늘 아침 공기 냄새가 매우 신선하고 좋았다.

(서울의 대기 질 개선에) 진전이 있다"고 말했다.이는 중국의 대기오염과 별개로 한국은 공기 질이 좋은 점으로 미뤄 한국이 중국의 미세먼지를 탓할 필요는 없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황 정책관은 "고맙다"고 답하면서 "한국은 미세먼지 경보의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며 지금 수준에 만족할 수 없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황 정책관은 이어진 공식 환영 인사에서 "한국을 방문한 궈 사장님 등 중국 대표단을 환영한다"며 "보시는 바와 같이 한국 미디어가 회의에 관심이 많다.양국의 환경협력 발전에 계기가 되는 회의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국 국기를 사이에 두고 양측 대표단 12명씩이 마주 앉은 회의장 테이블 주변은 한국 언론 취재진과 카메라가 빼곡히 채웠다.

궈 사장은 "최근의 양국 협력은 매우 중요하며 계속 발전하기를 바란다", "많은 기대를 가지고 왔다" 등 평이한 답사로 말문을 열었다.그러면서 "중국은 전환기에 직면했다.

이 전환기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20∼30년 전 겪은 것"이라며 "한국의 사회, 경제, 환경은 이 단계를 거쳐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궈 사장은 "한국이 전에 겪은 일을 중국이 겪고 있다"며 "중국은 5년 전 생태환경 정책을 세워 개선방안을 마련했고 특히 공기 질과 관련한 부분은 과거 5년간 제일 주력했다"고 중국이 대기 질 개선에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기, 물, 토양 등 여러 측면에서 한국 환경부에 많이 배웠고 특히 서울이라는 대도시가 대기 질이나 청계천 등을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관심사"라고 덧붙였다.
최근 미세먼지 농도가 더욱 짙어지는 가운데 한국과 중국은 이날 국장급 회의와 제1차 한·중 환경협력센터 운영위원회 개최에 이어 23∼24일 한·중 환경협력 공동위원회를 열어 미세먼지 등 환경협력 문제를 논의한다.

이번 회의를 앞두고 중국에서는 한국이 미세먼지 문제에서 '남 탓'만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와 한국의 반발을 샀다.

중국 생태환경부 대기국의 류빙장 국장은 전날 "다른 사람이 자기한테 영향을 준다고 맹목적으로 탓하기만 하다가는 미세먼지를 줄일 절호의 기회를 놓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생태환경부 대변인이 "서울의 미세먼지는 주로 서울에서 배출된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이에 환경부는 "서쪽에서 불어오는 황사가 베이징을 덮치고 우리나라에도 넘어오는 상황에서 바보가 아닌 이상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이라며 "양국 간 회의에서 중국 측에 할 말을 세게 하겠다"고 응수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