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IS "北 신오리에 미공개 미사일 기지"…미국서 또 불거진 '북핵 폐기 회의론'

軍 "한미공조 아래 감시하는 시설"
NBC "미국엔 北 믿는 사람 없어"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북한의 미공개 미사일 기지 한 곳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한 뒤 미 보수 싱크탱크가 북한의 핵·미사일 폐기에 대한 회의론을 제기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NBC방송에 따르면 CSIS는 산하 한반도 전문 포털인 ‘분단을 넘어’에 북한 신오리 미사일 기지를 알리는 보고서를 게재했다. 신오리 기지는 평양 북서쪽 77㎞에 있다. NBC는 ‘비밀 탄도 미사일 기지’라고 표현하며 “김정은 정권은 이곳의 존재를 인정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CSIS는 “신오리 미사일 운용 기지는 스커드 미사일에 이어 노동 중거리 탄도 미사일이 처음 배치된 기지 중 하나”라며 “북한의 미사일 운용 기지들은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위해 공개되고 검증·해체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신오리 기지는 이미 한국 언론에서도 수차례 언급한 곳으로 ‘비밀 미사일 기지’로 보는 건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의 국방부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신오리 기지는 한·미 공조 하에 감시하고 있는 시설”이라고 밝혔다.

미국 언론들은 CSIS 보고서가 북한의 비핵화 약속에 대한 미국 내 회의론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전직 미 고위관리는 NBC에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봉(잘 속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미 행정부 관료들과 동맹국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으로부터 많은 걸 얻어내지 못한 채 오히려 많은 걸 양보할까봐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박(한국명 박정현)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도 “미국의 많은 전문가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믿지 않는다”며 “긴장은 완화됐지만 북한의 위협은 줄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CSIS는 지난해 11월에도 “북한 당국에 의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약 20곳의 미공개 미사일 기지 중 13곳을 확인했다”며 ‘삭간몰 미사일 기지’를 북한이 숨기는 시설로 소개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