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올해 경기침체 대비 충당금 많이 쌓았을 듯"

사진=연합뉴스
국내 은행들이 올해 경기 침체를 대비해 선제적으로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했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3일 은행산업에 대해 "작년은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산건전성이 두드러지게 개선된 한 해였다"며 "과거부터 이어진 선제적 부실관리와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때문인데 매년 4분기(10~12월)마다 발생하는 대규모 충당금 적립은 최근에도 이뤄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올해 경기 침체를 대비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할 필요성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원 연구원은 판단했다. 은행들의 지난 4분기 순이익은 따라서 시장 컨센서스(기대치) 대비 12.7%(커버리지 대상 기준) 밑돌 것으로 예상됐다.

원 연구원은 "DSR도입에도 완만한 대출 성장세가 이어져 이자이익은 증가할 전망이나,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대손충당금 적립과 판관비용 상승이 발생한 탓"이라며 "증시 침체에 따른 비이자이익 감소 역시 순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의 경우 지난 1월 은행 파업 영향을 선제적으로 반영해 성과급 및 희망퇴직 비용이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우리은행도 선제적 충당금 적립과 약 600명의 희망퇴직 비용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은행도 충당금 적립 및 희망퇴직에 따른 비용인상이 예상되는데 BNK금융지주는 희망퇴직으로 약 500억원의 판관비용 상승이 예상되고, 1000억원의 추가적인 충당금 적립도 예상되고 있다. DGB금융지주의 경우 희망퇴직에 따른 비용증가와 충당금 적립이 예상되나,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따른 1600억원 수준의 염가매수차익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자산건전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올해도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원 연구원은 "선제적 부실채권 정리와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경기 둔화에 따른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으나 올해도 연체율 및 대손비용 상승에 대한 우려는 지속될 것"이라며 "자동차 부품사 등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으며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취약계층과 한계기업의 이자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주식시장에서 은행주(株)는 펀더멘털(기초체력) 대비 확연한 저평가 구간에 놓여있다는 평가다.

원 연구원은 "금리 상승 및 대출 규제로 성장 모멘텀(동력)이 사라지고 있음에도 선제적 비용반영과 대출평잔 증가로 자기자본이익률(ROE) 9% 수준의 안정적 이익이 지속될 것"이라며 "높은 ROE에도 주가순자산비율(PBR) 0.4~0.5배 저평가 매력이 돋보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