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테레' 영향으로 애 서넛 낳는 젊은 부부…1억 붕괴 속도 늦춘 일본

아이 많이 낳는 이유
세자키 레이코상 가족
세자키 레이코씨 (34세) 부부는 4자녀를 뒀다. 쌍둥이로 낳고도 계획 하에 둘을 더 낳았다. 레이코씨는 “원래 아이는 셋 이상 갖고 싶었다”고 했다. 레이코 씨처럼 아이를 셋 이상 갖는 일본의 30대 젊은 부부가 늘고 있다. 다자녀 부부 현상을 설명하는데 빠지지 않는 것이 ‘마마타레(ママタレ)’다. ‘엄마(마마)’와 ‘탤런트’를 합친 일본식 조어로 ‘여러 명의 자녀를 둔 엄마 방송인’라는 뜻이다.

쓰지 노조미
마마타레의 대표가 쓰지 노조미(32세)다. 2000년대 일본 열도를 휩쓴 아이돌그룹 모닝구무스메의 멤버였던 노조미는 4명의 아이를 둔 엄마. 젊고 귀여운 엄마 이미지로 30대들에게 영향력이 있는 방송인으로 꼽힌다. 선 굵은 연기로 라스트 사무라이, 배트맨 비긴즈, 게이샤의 추억, 인셉션 등 헐리우드 영화에도 자주 출연하는 와나타베 켄의 딸 안(杏)도 30대 초반(1986년생)이지만 아이가 셋인 여배우 겸 모델이다. 일본의 가요 차트로 유명한 오리콤은 3년 전부터 ‘마마테레 랭킹’을 발표한다. 연예인과 공인들이 3~4명씩 아이를 낳고 방송에서 자랑하는 분위기가 되면서 젊은 부부들도 아이 서넛을 자연스럽게 여긴다는 것이다.

물론 연예인들의 영향 만으로 아이 서넛을 낳을 리는 없다. 레이코 씨는 잘 갖춰져 있는 육아제도를 예로 들며 “아이 넷을 낳는데 따른 경제적 부담보다 부모와 아이가 얻는 게 더 컸다”며 지방자치단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도쿄, 나고야 같은 대도시는 어린이 한명당 매월 1만5000엔(약 15만5000원)씩 육아수당을 지급한다. 중학교까지 의료비가 무료여서 아이가 큰 병에 걸리면 집안이 휘청거리는 일도 없다. 지방에 따라 만 19세까지 의료비 100%를 지원하는 곳도 있다. 교육비도 다자녀 혜택이 있어 두번째 아이부터는 절반, 셋째부터는 무료가 된다.

레이코씨는 “작년 10월부터는 급식비 등 일체의 비용이 무료가 됐다”고 말했다. 입장료가 4만~5만원인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의 놀이공원 상당수는 다자녀 가구에게 무료다. 보육제도도 2~3시간 동안 잠시 아이를 맡아주는 서비스부터 한밤 중이나 긴급 호출로 맡아주는 제도까지 다양하다.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엄마들을 위한 제도다. 대기아동(보육료가 싼 국공립 보육원 입소를 기다리는 아이들), 보육사 부족 등 문제점도 여전하지만 ‘의료비 100% 지원’ 등 많은 부분에서 한국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2007년 1억2780만명을 정점으로 일본은 2008년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5년마다 집계하는 인구추계를 토대로 2012년 일본 정부는 2048년 인구 1억명 선이 무너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 아베 신조 총리는 50년 후에도 인구 1억명을 유지하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중의원 선거를 치르면서 올해 소비세를 8%에서 10%로 올리면 재원을 육아문제 해결에 쓰겠다고 공언했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 도지사도 2016년 ‘대기아동 제로’를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되는 등 보육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도 높다. 그 결과 일본의 출산율은 2005년 1.26명를 찍은 뒤 반등해 2017년 1.43%까지 상승했다. 출산율이 1.05%까지 떨어진 한국과 대조적이다. 출산율 반등에 성공하면서 2017년 인구추계에서는 인구 1억명 붕괴 시점이 2053년으로 5년 늦춰졌다.

도쿄=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