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점 없는 여야 선거제 개혁…1월 합의처리 난망

민주·야3당, 의원정수부터 '이견'…한국, 개혁안 아예 안 내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 "민주당, 플랜B도 제시해야"

여야 5당이 지난해 말 선거제 개혁 법안을 이달 중 합의 처리하기로 했지만 각 당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려 '1월 합의 처리'에 빨간불이 켜졌다.각 당이 선거제 개혁안을 제출하기로 한 23일 현재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아예 안을 내지도 않았다.

또한 더불어민주당과 야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각각 제시한 개혁안은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너무 달라 접점을 찾기 힘든 수준이다.

따라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의 오는 24일 전체회의에서 선거제 개혁 합의 도출은 쉽지 않아 보인다.특위 논의가 진전 없이 겉돌 가능성이 큰 이유다.

이처럼 특위 차원의 합의가 난망한 가운데 야 3당 원내대표들은 이날 선거법 개정의 합의처리를 촉구하는 공동기자회견에서 "선거제 개혁 관련 여야 원내지도부 간 정치협상 계획도 아직 없다"고 말해 1월 합의 처리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 민주 "300석 유지" vs 야 3당 "330석으로 확대"선거제 개혁안을 공개한 민주당과 야 3당의 입장은 의원정수에서부터 부딪친다.

민주당은 지난 21일 의원총회에서 의원정수를 현행 300석으로 유지하면서 지역구 의석수(200석)와 비례대표 의석수(100석)의 비율을 2대1로 하는 선거제 개혁안을 채택했다.

야 3당은 이날 의원정수를 330석으로 확대하고,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2대1 또는 3대1로 하는 선거제 개혁안을 발표했다.나아가 야 3당은 "지역구 220석, 비례대표 110석을 기준으로 협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 3당이 의원정수를 330석으로까지 늘리려는 이유는 현재의 지역구 의석수(253석)를 대폭 줄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그 근저에는 인구, 경제 크기, 사회 균열과 갈등 과제의 증가 등에 비춰 오랫동안 지속한 의원정수 300명가량은 과소할뿐아니라 시민사회의 이해가 투영된 제3당의 국회 진출 수준 역시 과소하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야 3당이 사활을 거는 정당득표율과 정비례하는 의석배분 선거제도, 즉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현재 47석인 비례대표 의석수 확대가 불가피하다.

만약 야 3당의 발표대로 의원정수 330석을 전제로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3:1로 하면 지역구 248석, 비례대표 82석이 된다.

현행보다 지역구 의석수는 5석만 감소하는 반면 비례대표는 35석 증가한다.

민주당 안대로 의원정수를 300석으로 못 박으면 비례대표를 늘리기 위해 지역구를 줄일 수밖에 없고, 결국 당내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에 막혀 선거제 개혁은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게 야 3당의 주장이다.

야 3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민주당 안에 대해 "어떻게 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피해갈 수 있는가만 고민한 것 같다. 대단히 유감이다"라고 꼬집었다.

정개특위 위원장인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여야 5당이 합의를 해야 선거제도를 바꿀 수 있다"며 "민주당은 다른 당이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를 고려해 플랜B도 준비해줘야 한다"고 했다.

앞서 대표적인 선거제 개혁론자인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은 민주당 안에 대해 현실성이 없다고 평가한 바 있다.

민주당과 함께 선거제 개혁을 좌우할 한국당은 자체 개혁안을 제출하지 않았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의원정수를 확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 민주 "연동수준 낮추자" vs 야 3당 "100% 연동제"

정당득표율과 의석 배분을 연동시키는 방식에 대해서도 민주당과 야 3당은 엇갈린다.

민주당은 연동 수준을 낮춘 준연동제·복합연동제·보정연동제 중 하나를 선택하자는 입장이다.

정개특위 민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은 지난 21일 의총 이후 기자들과 만나 "세 종류의 연동제 중 특별히 선호하는 것은 없으며, 시뮬레이션도 하지 않았다"며 "정개특위가 결정하면 3가지 안 중 어떤 것이라도 따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 3당은 정당득표율을 의석 배분과 100% 일치시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고집한다.

야 3당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 제안한 세 가지 방안은 그 어느 것도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정신을 온전히 담지 못한다"며 "절반의 연동형, 위헌적 연동형, 사실상 병립형(현행 비례대표제)에 불과해 무늬만 연동형이고 가짜 연동형"이라고 비평했다.

야 3당 원내대표는 "국회는 각 정당이 득표한 정당지지율에 따라 구성돼야 한다"며 "야 3당 선거법 개정안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완전한 형태'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관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야 3당 "한국당은 입장도 못 정하고 다른 당 비판만"
이날까지 한국당이 내놓은 선거제 개혁안은 없다.

이에 대해 야 3당은 기자회견에서 "한국당은 여전히 당의 입장도 정하지 못하고 정개특위에서 다른 당의 입장만 비판하는 등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내부 논의도 없이 그저 '의원정수 확대는 안 된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무책임한 말싸움으로 정치개혁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는 지난해 말 바른미래당 손학규·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단식농성까지 하며 끌어낸 '연동형 비례대표제 중심의 여야 5당 원내대표 합의 정신'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심상정 의원은 "나경원 원내대표가 취임한 지 40여일 지났으니 충분히 고민했을 것"이라며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제시한 1월 말 시한이 일주일 밖에 안 남았으니 적극적으로 한국당의 안을 제시해달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여야 5당 원내대표의 합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것일 뿐 본격적인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전제로 한 합의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정개특위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정개특위 소위에서 논의해본 뒤 최소한의 접점이 나오면 의원총회에 보고한 뒤 당론을 끌어낼 방침"이라며 "그러나 그동안 정개특위 소위에서 아무런 접점이 도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장 의원은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밝히자면, 현실적으로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려면 도농복합제를 통해 도시의 인구 밀집 지역 의석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민주당은 이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도 자신들이 내놓은 안에서는 지역구를 53석이나 줄이자는 황당무계한 제안을 했다"고 비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