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재개발 재검토' 발표에…찬반 나뉜 서울시청 광장

"말 바꾼 서울시에 분노" 토지주 100여명 박원순 면담 요구
50m 옆에선 시민단체·공구 상인 30여명 '환영' 집회
"서울시의 오락가락 행정에 분노해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시장 본인이 직접 다 둘러보고 결정한 일을 어떻게 하루 만에 뒤집을 수 있습니까?"23일 오후 1시께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만난 세운 3-2구역 토지주 심병욱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서울시가 을지면옥 등이 포함된 세운 재정비촉진지구 재개발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직후다.

심씨를 포함한 '세운 3구역 영세토지주' 100여명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청 앞에서 서울시를 성토하는 집회를 열었다.이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으로부터 직접 해명을 듣겠다며 면담을 요구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이들은 세운3구역이 1980년 전후부터 재정비구역으로 지정돼 개·증축이 제한됐으며, 박 시장 취임 이후에도 사업이 상당 기간 지지부진해 현재 화장실도 제대로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환경이 열악하다고 주장했다.

또 토지주와 입주상인이 현금 보상과 임시 영업공간 마련 등에 합의해 개발이 시작됐지만 박 시장이 일부 공구상인과 시민단체 말만 듣고 급작스레 계획을 뒤집었다고 했다.심씨는 "심지어 양미옥, 을지면옥은 보호받아야 할 영세 상인도 아니다"면서 "기준도 원칙도 없이 이렇게 재산권을 마구잡이로 침해해도 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시간, 토지주들 집회 장소로부터 불과 50m 떨어진 서울광장 중앙 부근에선 시민운동가와 공구상인 30여명이 서울시의 개발 재검토 결정을 지지하는 정 반대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면서 광장은 반반으로 나뉘었다.

마이크를 잡은 김학률 신아주물 대표는 "우리는 60년 전통의 가게"라며 "재개발로 장인이 설 자리를 잃게 된 것이 안타깝다. 수십 년 동안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이곳 상가는 한 번 없애면 다시 만들 길이 없다"고 말했다.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박은선 활동가는 "서울시 발표를 환영하지만 세운 3구역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어서 우려된다"며 "(을지로) 청계천 상가는 하나의 몸, 유기체다. 현 개발 계획은 팔, 다리를 잘라내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