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대상무형' 인용 "기존 틀 무너뜨릴 정도로 혁신해야"

새해 사장단회의서 마이크로소프트 예시하며 미래성장·부진사업 정리 주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3일 "기존의 틀과 형태를 무너뜨릴 정도의 혁신을 이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신 회장은 23일 오후 서울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그룹 상반기 사장단회의인 '롯데 밸류 크리에이션 미팅'에서 '도덕경'에 나오는 문구인 '대상무형(大象無形)'을 인용해 "미래의 변화는 형태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무한하다"며 고강도 혁신을 주문했다.

올해 첫 사장단회의에서 신 회장은 ▲미래성장을 위한 투자 ▲부진사업 합리화 작업 ▲투명경영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해 신 회장의 구속수감으로 부진했던 신규 투자와 부진사업 정리가 올해 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신 회장은 회의에서 "생존을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예측과 상황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5년·10년 뒤 어떠한 사회가 될 것인지, 그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회사가 될 것인지, 이를 위한 명확한 비전과 구체적인 전략은 무엇인지, 고객·시장의 변화와 경쟁사에 대한 대응전략은 무엇인지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 회장은 미래성장을 위한 투자에 대해 "최근 그룹 내 투자가 시기를 고민하다 타이밍을 놓치거나 일시적인 투자만 하는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잘하고 있는 사업도 선제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를 해야 하고, 투자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부진한 사업에 대한 정리 필요성도 시사했다.

신 회장은 부진사업 합리화를 통해 글로벌 시총 1위로 올라선 마이크로소프트를 예로 들면서 "우리도 혁신을 계속하고 미래를 내다보며 성장이 가능한 영역에 집중해야 하며, 사업 합리화 검토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8개월여의 구속수감 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10월 경영에 복귀한 그는 투명한 경영도 거듭 강조했다.신 회장은 "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고려한 윤리경영, 투명경영을 통해 사회로부터 신뢰받고 존경받는 기업이 되자"고 당부했다.

그는 시장 변화를 선도하는 기업으로의 변화와 롯데가 중점 추진하는 '디지털 전환(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실행도 다시 언급했다.

앞서 지난 2일 신년사에서도 그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비즈니스 전환(Business Transformation)'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면서 구체적 변화 방향으로는 ▲기존 전략 재검토 및 새로운 전략과 구체적 실행계획수립 ▲디지털 전환 통한 비즈니스 혁신 ▲실패를 두려워 않는 새로운 영역 도전을 제시했다.

신 회장은 "후발주자의 전략과 영향도를 늘 체크하고 대응해야 한다"며 "기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더 공격적인 전략으로 먼저 새로운 영역을 찾고 기존 플레이어를 제압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분발을 촉구했다.

이어 "글로벌 기업과 비교하면 롯데는 IT 투자율도 더 높여야 하고 투자 분야도 한정적이다"라며 "롯데만의 자산인 빅데이터와 오프라인 매장, 물류 인프라를 확장해 고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의 새해 목표와 중장기 성장전략을 공유하는 이 날 회의에는 계열사 사장단, BU 및 지주 임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최근 디지털 전문가로 채용된 직원들이 롯데의 현주소와 외부에서 바라보는 롯데의 모습, 발전 방향에 대해 가감 없이 얘기하는 '토크 콘서트'도 회의에서 함께 진행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