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ㅣ 류승룡 "'극한직업' 시나리오 읽는 순간 '대박'이다 싶었다"

영화 '극한직업' 고반장 역 배우 류승룡
류승룡/사진=CJ엔터테인먼트
'희극지왕'이 돌아왔다.

배우 류승룡이 자신있는 분야인 코미디를 들고 '극한직업'으로 돌아왔다. 2014년 영화 '명량' 이후 제대로 된 흥행 맛을 보지 못했던 류승룡이었다. 하지만 '극한직업'을 통해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 '7번방의 선물'에서 보여줬던 '희극지왕'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평가다. '극한직업'은 범인을 잡기 위해 범죄 조직 아지트 앞에 있던 치킨집을 인수하고, 잠복 수사를 펼치는 형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류승룡은 승진에서 밀리는 것은 물론 팀 해체 위기에 처한 고반장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연출자인 이병헌 감독이 "어떤 디렉션도 줄 필요가 없었다"고 극찬할 만큼 완벽한 맞춤 연기를 펼치며 진가를 드러냈다.
류승룡/사진=CJ엔터테인먼트
▲ '스물', '바람바람바람'을 했던 이병헌 감독과 류승룡의 조합이 신선하다는 평가다.

이병헌 감독과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독특한 분이시더라. 대본은 말맛이 느껴지게 쓰시는데, 현장에서는 말이 없으시다. '오케이', '컷' 소리도 작게 하신다. 배우를 긴장하게 만드는 연출가다.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걸까' 끊임없이 돌아보게 한다. 현장에서 눈을 감고 생각하시는데, 처음엔 조는게 아닌가 싶어서 몰래 사진을 찍어 전작을 함께한 이성민, 신하균에게 보냈다. 그랬더니 비슷한 사진만 10개가 오더라. 나른한 천재의 느낌이더라. ▲ 류승룡의 장점이 십분 발휘됐다는 반응인데.

처음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이미 전체의 이미지가 그려졌다. 정말 재밌었다.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건 갈비인가, 치킨인가' 이 대사도 처음에 짠 그대로 간 거다. 김지영 씨랑 포옹하면서 울던 장면도 상상하면서 혼자 킥킥 거렸다. '대박이다' 싶었다. 내가 하고 싶었다. 잘할 수 있을 거 같고, 잘하고 싶었다. 저에게 제안을 준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했다.

▲ 류승룡의 애드리브가 들어간 장면도 있나. 거의 90%가 시나리오 대로, 감독님의 디렉션대로 갔다. 상황에서 만들어진 건 10% 정도 될까. 그만큼 설계도가 견고했다.

▲ 치킨집이 주요 배경이 되다보니, 치킨을 많이 먹을 환경인데 다이어트를 했다고.

전작 '염력'을 할 때 살이 많이 쪄서, 그걸 다시 빼야 했다. 저는 조리가 안 된 닭, 닭이 되기 전인 달걀만 먹었다. 12kg 정도 감량했다. 살 찌울 땐 좋았는데, 빼려니 그 이상의 시간과 노력이 들더라. 냄새도 나고, 애들이 제 앞에서 더 '쩝쩝' 거리면서 맛있게 먹더라. 튀기자마자 '바삭'하는 그 소리와 맛이 느껴져서 힘들었다.▲ 다이어트를 하던 중에 신하균 씨랑 싸우는 장면도 찍었다.

3일을 촬영한 거 같다. '끝을 보는구나' 싶었다. 오징어잡이 배에서 찍은 건데, 힘들었지만, 그 마저도 재밌었다. 신하균 씨는 워낙 액션을 많이 해본 배우고, 저랑 합을 많이 맞춘 무술팀이라 좋았다.

▲ 팀워크가 좋았나 보다.

재밌었다. 술자리가 없는 대신 촬영장 한켠에 티테이블을 마련해서 차를 대접했다. 촬영이 밤늦게까지 이어질땐 카페인 성분이 있는 홍차를 준비하고, 여러 종류의 차를 현장에서 직접 내려줬다. 촬영장에서 쉴 땐 자연스럽게 티테이블 주면으로 모였다. 재작년 12월에 단톡방이 만들어졌는데 오늘까지 뜨겁게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 함께해보니 이미지가 달랐던 배우들이 있었나.

이동휘와는 '도리화가'를 같이했는데, 그때와 많이 다르더라. 감각적으로 '극한직업'에서 어떻게 연기해야하는지 알았던 거 같다. 치열하게 살려야 한다고 판단한 게 아닐까. 극에서 중심을 잡는 역할이니까. 공명은 액션스쿨에서 처음 만났는데, 태권도 선수 출신이더라. 생긴건 귀여운데 얼굴이 벌개져서 운동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류승룡/사진=CJ엔터테인먼트
▲ 그 배우들이 류승룡을 언급할 때 '다도'를 빼놓지 않고 말하더라.

일상사가 밥먹고, 차마시는 건데, 일본이 '다도'라는 말을 만들어서 대중들이 먹기 어렵게 했다. 우리도 어릴 때부터 보리차, 둥글레차, 옥수수차 많이 먹지 않았나. 커피가 널리 알려지게 됐지만, 커피는 많이 마시진 못하니까. 그런데 차는 많이 마실수록 좋다. 홍차, 보이차, 우롱차 등이 든 차가방을 항상 들고 다닌다.

▲차엔 어떻게 빠지게 된 건가.

담배와 술을 끊고 커피에 빠졌다가, 차로 옮겨오게 됐다. 차를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흙과 나무에도 관심을 갖게 됐고, 지금은 차 테이블을 직접 만들고 있다. 지금까지 13개 정도 만들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집중하는데 좋은 거 같다.

▲ 혹시 근래의 흥행부진 때문에 그런 건가. 흥행이 잘 됐어도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갔을 것이다. 항상 기분좋은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그게 어른인 거 같다. 다툼을 만들지 말고, 더불어서 평안하게. 좋은게 좋은 거고, 그걸 현장에서도 유지하려고 한다. 이번 촬영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끼린 행복했는데, 관객들에게도 그 기운이 전해졌으면 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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