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확보 첫 단추는 '올바른 채용'…유행만 좇는 채용 패턴서 탈피를

경영학 카페

널뛰듯이 달라져온 채용 방식 이젠 '블라인드 면접'만 외쳐
직무서 요구되는 핵심 역량과 기업 가치관·전략이 반영돼야
면접 참여 현장의 관리자부터 명확한 인재 기준 정립할 필요
경영 환경의 급변 속에서도 인재 확보는 여전히 기업이 짊어진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다. 그 첫 단추는 당연히 ‘올바른 채용’이다. 현장 전문가들이 꼽은 올해의 인적자원관리 주요 트렌드 가운데에도 여전히 바른 채용이라는 주제가 들어 있다. 블라인드 채용은 기본이요, 절차의 공정성과 인재 적합성 검증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골자다. 분명히 옳은 주장이지만 씁쓸함과 혼란스러움이 있다

채용에 관한 한 우리는 적어도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 놓여 있다. 기본적인 철학, 즉 쇄신된 관점이 필요하고, 두 번째는 채용의 기술적인 방법론을 정립해야 한다. 기업 현장의 관리자들은 바른 채용을 통한 인재 확보가 비즈니스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에는 이견을 달지 않으면서도 생각만큼 절실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기꺼이 인재확보를 위해 의지적으로 자신의 시간을 별도로 투자하지는 않는 것이 아직은 지배적인 경향이다. “우리의 최고 인재 스무 명을 빼앗긴다면, 우리는 그저 평범한 회사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빌 게이츠의 말을 한번 곱씹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바쁘지만 요청하니까 채용전형 과정에 한 번 참여한다는 수동적인 자세가 아니라 스스로가 인재적합성의 기준을 명확히 정립해 등용문 컨트롤 타워의 한 축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되풀이되는 트렌디한 채용패턴의 굴레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유행이 돼버린 블라인드 면접이라는 채용 방법론 자체를 비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참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우리의 채용 패턴은 지난 수십 년간 널뛰듯이 변화를 거쳐왔다. 덩달아 젊은 구직자들의 취업전략도 방황에 방황을 거듭했다. 필기시험을 중심으로 학력과 지식이 충족된 사람을 선발했던 시절도 있었고, 필기시험과 면접을 균형 있게 보려 했던 시절을 거쳐 거의 면접이 선발의 주가 되는 시기로 접어들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로 인한 외환 경제위기라는 비극 후에 글로벌 일류를 지향한 ‘최고인재상’에 매몰됐다가 다시 ‘올바른 인재상’으로 급선회하기도 했고, 그 이후 한동안 취업 9종 세트로 대변되는 ‘스펙’의 시대에 나라 전체가 심한 몸살을 앓기도 했다. 탈(脫)스펙을 외치며 ‘스토리 텔링’과 인문학적 소양을 강조했던 것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이제 우리는 블라인드 면접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인 양 스스로를 새로운 트렌드에 또다시 가둬놓고 있다.

너무 재미없는 밋밋한 말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기업의 가치관과 전략 그리고 직무에서 요구하는 정확한 핵심 역량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면접전형 프로세스만 꾸준히 할 수만 있다면 고민의 상당 부분은 분명히 풀리리라. 문제는 그것이 무엇인지, 즉 ‘우리는 누구인가’에 대해 스스로가 자신있게 답을 잘못 내린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의 채용을 진행할 훈련된 자원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이에 대한 해답을 외부에서 찾기는 어렵다. 결국은 기업 내부에서 관리자들을 중심으로 훈련하고 준비해야 한다. 직무의 경중에 따라 더 필요한 전형 절차와 검증 절차는 추가하면 된다. 기업이 올바른 인재를 적재적소에 확보할 수만 있다면 기업 이익이 얼마만큼 오를지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세계 일곱 번째로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와 인구 5000만 명 국가에 해당하는 ‘30-50클럽’에 가입해 명실상부 선진국 반열에 오른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아마도 트렌디한 채용 패턴 그 이상의 뭔가가 돼야 할 것이다.

한준기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