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제2의 삼성증권 사태 막는다"…직권 취소제도 '도입'

이은태 유가증권시장 본부장이 올해 사업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자료 = 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가 제2의 삼성증권 우리사주 배당사고를 막기 위해 팔을 걷어부쳤다. 착오주문 등에 따른 시장 충격에 대비해 직권 취소제도 도입을 전격적으로 도입할 방침이다. 거래소는
공청회를 통해 업계 및 투자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 빠르면 1분기 내 계획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은태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은 2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유가증권시장본부 2019년 주요 사업계획' 간담회에서 "삼성증권과 같이 시장에 충격은 주지 않고, 한맥증권과 같이 주문실수로 회사가 무너지는 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런 혼란한 상황을 틈타 누군가 수익을 취하도록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직권 취소제도는 거래소가 처음으로 도입하는 제도다. 삼성증권 우리사주 배당사고가 추진 계기가 됐다. 지난해 4월 삼성증권은 우리사주 조합원 계좌에 현금배당(주당 1000원)을 입고해야 할 것을 주당 1000주를 입력하면서 501만주가 당일 매도됐고, 주가는 장중 11%나 하락했다.

미국(NYCE) 영국(LSE) 독일(DB) 등 선진거래소는 이미 거래 취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런던과 같은 경우에선 실무자가 직접 취소할 수 있도록 돼 있는 등 유연한 편"이라며 "해외 국가마다 거래취소제도의 형태가 다른 만큼 우리도 어떤 제도를 채택할 지는 좀 더 알아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정부 업계 투자자와 의견 교환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계획안을 빠르면 1분기 내 발표하고, 올해 말 추진을 목표로 세웠다.

올해 유가증권본부는 시장인프라 혁신에 방점을 두고 있다. 우선 공매도 제도 및 인프라를 개선한다. 무차입공매도 사고 발생으로 인한 증시 신뢰도 하락을 막겠다는 차원이다. 지난해
5월 골드만삭스 공매도 미결제 사고가 발생하면서 무차입 공매도 논란이 일기도 했다.라성채 거래소 주식시장부장은 "잔고모니터링 시스템을 외국인·기관과 협력해 올해 중 가동할 계획"이라며 "사전확인을 강화하고 투기적 공매도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선 금융당국과 다각도로 논의하겠으며, 정리가 되면 금융당국에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매매거래정지는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14년 만에 개선된다. 현재 주요사항공시 등이 발생한 경우 30분간 정지하고 있지만, 10분 또는 15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05년 매매거래정지는 정보확산과 투자자 보호 목적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 환경이 발달해 정보 확산 속도가 빠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 또 해외 거래소에 비해 매매거래 정지 사례가 많고 기간도 길다는 점도 반영했다.

◆올해 상장 활성화에 '박차'…"공모규모 5조원으로 사상 최대치 전망"거래소는 대형 기업들이 상장을 추진하면서 올해 공모 규모가 5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승배 상장부 부서장은 "올해 상장 예정 기업 수는 작년보다 많을 것"
이라며 "대형 기업들이 많아 사상 최대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공모를 철회 또는 연기했던 현대오일뱅크(2조원) 등이 올해 상장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서다. 현재 1조6000억원 규모 홈플러스리츠는 심사를 받고 있다.

다양한 형태 기업이 성장잠재력으로 상장이 가능하도록 시가총액 요건도 도입한다. 연구개발·대규모 시설투자 등으로 시간이 필요한 기업이 시장평가 및 성장가능성만으로 상장을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방안이다. 동시에 상장폐지제도를 강화해 시장 퇴출기준의 실효성을 높인다. 매출액과 시가총액 미달 기준을 높여 부실기업의 조기 퇴출을 이끌어 낼 방침이다.

거래소 증권상품시장부는 코스닥 및 투자유망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 관리제도를 개선한다. 지수 산출기관 진입요건을 완화하고, 장외파생 상품을 중요 운용수단으로 하는 합성 ETF의 상장제한 개선을 추진한다. 코스닥150 등 코스닥 전용 ETF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코스닥시장 활성화도 지원한다.시장을 교란시키는 불성실공시도 제재 방법 및 수단을 개선한다. 현행 벌점부과 등의 제재 방안보다 합리적으로 운영되도록 개편하고, 수시 및 자율공시도 각 항목과 기준을 합리적으로 저정한다.

이은태 본부장은 "지난해 삼성증권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가 터지면서 사업계획들이 지연되거나 지체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근본적으로 시장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만드는 일에 모두가 고민했다"며 "올해 거래정지 시스템 등 시장 내 작은 구조를 바꾸는 시장 펀더멘털에 집중해 좀 더 선진적인 시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