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동물 겨울잠은 극단적 환경 버텨내려는 전략

겨울잠을 자는 동물의 세계
정상체온이 35도이고 분당 산소 18mL를 소비하던 고슴도치는 겨울잠을 자는 동안 체온이 5도까지 떨어진다. 산소 소비량은 0.08mL까지 낮아진다. 겨울잠을 잘 때는 정상적인 상태에서 쓰던 에너지의 0.5%만 소비해도 된다.

동물들은 겨울잠을 자는 동안 진짜 잠을 자는 게 아니다. 반드시 누워 있는 것도 아니다. 날씨가 추워서 잠을 자는 것도 아니다. 30도에서 겨울잠을 자는 동물도 있다. 겨울잠을 자는 동안 동물들은 2주마다 깨어나서 몸에 열을 낸다. 체내에 침투한 병원체를 쫓아내려는 것이다. 동물들은 이 모든 과정을 스스로 정교하게 통제한다.《겨울잠을 자는 동물의 세계》는 동물들의 거대한 수수께끼인 겨울잠에 대해 4개 대륙에서 연구한 결과를 소개한다. 함부르크의 고슴도치, 캐나다의 박쥐, 호주의 유대류(캥거루, 코알라, 주머니쥐 등), 마다가스카르의 여우원숭이 등이 겨울잠을 자는 습성을 관찰해 우리가 알고 있던 겨울잠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아 준다.

겨울잠을 자는 무기력 상태를 토르퍼(torpor: 라틴어로 경직, 마비라는 뜻)라고 부르지만, 겨울잠과 토르퍼가 동의어는 아니다. 햄스터 등 낮에만 토르퍼 상태에 있는 동물도 많다. 이들은 토르퍼 상태에 있다가 20시간 내에 깨어나 체온을 올리고 먹이를 먹는다. 반면 야외에서 11개월 동안이나 겨울잠을 자는 다람쥐꼬리겨울잠쥐 같은 동물도 있다.

겨울잠을 자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에너지를 최대 99%까지 줄여 극단적인 생활권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먹이가 부족한 해에는 동물들의 겨울잠 길이도 길었다. 식량이 모자란 시기에 에너지 소비를 줄여 살아남을 기회를 높인 것이다. 겨울잠으로 안전한 보금자리를 지키는 동안 다른 동물에게 잡아먹힐 위험도 줄어든다. 실제 토르퍼를 이용하는 동물이 그렇지 않은 동물보다 오래 산다. (리자 브르네케 지음, 이미옥 옮김, 에코리브르, 264쪽, 1만7000원)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