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최악인데"…현대차놓고 고민에 빠진 펀드매니저들

3분기 이어 4분기도 '어닝쇼크'

올해부터 신차 본격 판매 예상
정부 수소차 정책 수혜도 기대

"美, 수입차 고율관세 부과 우려
단기간에 주가 급등 부담"
운용 중인 펀드에 현대자동차를 담아야 할지를 놓고 펀드매니저들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어닝쇼크(실적충격)’를 발표할 정도로 실적은 좋지 않은데 주가는 오르고 있어서다. 전망도 제각각이어서 더욱 혼란스럽다. 지난해 실적이 ‘바닥’을 쳤다고 보는 쪽도 있고, 대규모 리콜 등으로 언제든 일회성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투자 비중을 늘리기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2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는 1000원(0.78%) 오른 13만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11월 장중 9만250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이후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40% 넘게 상승했다. 하지만 현대차 랠리 덕을 본 매니저는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1월까지 현대차를 매도하던 기관투자가는 지난달부터 ‘사자’로 태도를 바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이후 이날까지 기관은 현대차를 2668억원어치 사들였다. 하지만 여전히 비중은 미미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펀드매니저들이 투자 종목을 선정하는 국내 액티브 주식형펀드의 현대차 편입 비중은 0.57%다. 전체 시가총액에서 현대차가 차지하는 비중(2.26%)보다 낮다.

한 펀드매니저는 “최근 현대차 주가가 빠르게 상승했는데, 투자 비중을 미리 높여두지 않은 기관은 시장 수익률을 따라가기도 벅찬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지금 담자니 이미 많이 올랐고 실적은 부진해 고민”이라고 말했다.향후 실적과 주가 전망은 엇갈린다. 당장 실적 개선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기간 급등한 것이 가장 큰 부담이다. 최근 반등이 수소자동차, 지배구조 개편 등 먼 미래의 이슈와 관련된 것이라 변동성이 크다는 부담도 있다. 외부 여건 또한 좋지 않다. 현대·기아자동차의 엔진 결함 리콜에 대한 미국 연방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고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앞세워 수입 자동차에 25% 고율관세를 부과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실적이 안 좋아 기저효과로 올해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대내외적 불확성이 커 분기당 영업이익 1조원대 수준을 회복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최근 선보인 팰리세이드를 비롯해 소나타, 제네시스 등 올해 출시될 신차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정부가 수소차 관련 대규모 지원 계획을 발표한 것도 긍정적이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현대차의 수소차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5배 이상 늘어난 5000대에 달할 것”이라며 “현대차가 수소차 돌풍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대차의 올해 실적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은 0.48배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매력도 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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