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삼성이 가상화폐 지갑을? 업계 "기대·우려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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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S10 가상화폐 지갑 추정 사진 유출다음달 공개 예정인 삼성전자의 차기 스마트폰 갤럭시S10에 가상화폐(암호화폐) 지갑기능 탑재 가능성이 제기됐다. 갤럭시S10 암호화폐 지갑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유출되면서다. 암호화폐 업체들은 기대감을 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존 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가상화폐 업계, 대기업 위주로 개편될 것"
지난 23일(현지시간) 트위터 사용자가 공유한 사진(왼쪽)에서는 갤럭시S10으로 추정되는 휴대폰에 ‘삼성 블록체인 키스토어’ 문구가 선명하게 보인다. 지난달 삼성전자가 유럽 특허청에 신청한 상표권 이름과 일치한다. 그가 공유한 또다른 사진(오른쪽)에서는 '암호화폐 지갑 생성' 기능과 '제공되는 암호화폐:이더리움'이란 문구가 보인다.때문에 업계는 갤럭시S10에 암호화폐 지갑이 탑재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며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모바일 암호화폐 지갑은 사실 신선한 기술은 아니다. 이미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암호화폐 지갑을 쉽게 검색해 내려받을 수 있다. 다양한 암호화폐 지갑 기능을 제공하는 전문 개발업체만 수백 곳이다.
그럼에도 '갤럭시 암호화폐 지갑'이 탑재 가능성만으로도 주목받는 이유는 확보한 고객 규모 때문이다. 높은 접근성을 바탕으로 암호화폐 결제 대중화를 이끌 수 있다. 한 마디로 삼성 브랜드가 갖는 '규모의 경제'인 셈.예컨대 정보기술(IT) 붐 초창기에는 위젯이나 동영상 플랫폼만을 전문으로 하던 스타트업들이 꽤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폐업하거나 영세 업체에 머무르고 있다. 고객들과의 접점이 되어줄 플랫폼들이 굳이 이들이 개발한 서비스를 쓸 필요성을 찾지 못해서다.
포털 사이트들은 영세 업체들 개발 서비스 대신 자체 개발로 서비스를 대중화시켰다. 수많은 고급인력과 자본을 투입해 만든 위젯과 동영상 플랫폼은 기술적, 상업적 품질에서 압도했다.
암호화폐 업계도 비슷한 길을 걸을 것이란 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결국 기존 대규모 고객을 보유한 기업들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네이버와 카카오가 지난해부터 '링크체인'과 '클레이튼'이라는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에 착수한 것도 이같은 기회를 포착하고 선점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의 암호화폐 시장 진출 가능성은 파이 자체가 커진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기존 업체들의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애플, 삼성의 스마트폰이나 카카오톡, 라인에 암호화폐 지갑이 탑재된다고 생각해보라. 기존 업체들이 게임이 되겠나"라고도 했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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