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된 신흥국에 몰리는 글로벌 자금…"코스피 추가상승 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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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증시 동반상승글로벌 자금이 신흥국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로 몰리고 있다. 연초 이후 신흥국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도 외국인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주 위주로 대거 사들이며 예상 밖 랠리를 펼치고 있다. 증권가에선 이달 말 열릴 예정인 고위급 미·중 무역협상에서 최악의 결과가 나오거나 작년 4분기 기업실적이 추정치보다 훨씬 안 좋게 발표되는 ‘실적 쇼크’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증시 상승세가 2월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적 대비 주가 낮고 올 증시 전망 선진국보다 좋아
작년 11월 이후 선진국펀드서 빠진 돈 신흥국으로
외국인 올들어 2조9020억 순매수…15개월來 최대
글로벌 자금 선진국→신흥국 이동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올 들어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902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는 월별 기준으로 2017년 10월(2조9758억원) 이후 1년3개월 만에 최대다. 외국인의 ‘사자’가 다음주까지 이어지면 2017년 3월(3조5070억원) 수준에 근접할 것이란 게 거래소 측 설명이다.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증시 투자자금이 신흥국으로 이동하는 현상의 하나라는 게 증권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글로벌 펀드정보업체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에 따르면 세계 신흥국시장(GEM: Global Emerging Market)에 투자하는 주식형펀드엔 지난 17~23일 1주일간 34억6240만달러(약 3조8879억원)가 순유입됐다. 주간 기준으로 2018년 2월 15~21일(35억1827만달러) 이후 최대 규모다.
GEM펀드로는 작년 10월 글로벌 증시 동반 급락세가 진정된 뒤 11월부터 지속적으로 자금이 흘러들어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1일 이후 12주 동안과 12월 20일부터 올해 1월 2일까지 2주를 제외하면 모두 순유입을 나타냈다. 반면 같은 기간 북미와 서유럽, 일본 등에 투자하는 선진국 펀드에선 작년 11월 8~14일, 지난 3~9일 2주를 제외하고 계속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 기간 GEM펀드엔 121억974만달러가 순유입된 반면 선진국펀드에선 1016억8159만달러가 순유출됐다.글로벌 자금이 유입되면서 올 들어 신흥국 증시는 선진국보다 나은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의 코스피지수는 올 들어 6.69% 올랐고, 코스닥지수는 5.28% 상승했다. 브라질(보베스파지수, 11.13%)과 홍콩(H지수, 5.59%) 증시도 올 들어 지난 24일(각국 현지시간)까지 미국(다우지수·5.25%), 유럽(유로스톡스50·4.68%), 일본(닛케이225·2.79%) 등 신흥국보다 상승률이 높았다.
신흥국 증시 가격매력 커져
전문가들은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으로 몰리는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첫 번째는 커진 가격 매력이다.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 미국 금리인상 등에 따른 타격을 신흥국 시장이 선진국보다 더 크게 받아 급락하면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작년 MSCI신흥국지수는 16.90% 떨어져 선진국 증시 상장 종목으로 구성된 MSCI월드지수(-11.06%)보다 낙폭이 컸다. 이에 따라 MSCI 지역별 지수 기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신흥국이 11배로 선진국(14배)보다 낮아졌다.
두 번째는 올해 신흥국 실적전망이 선진국보다 낫다는 점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신흥국의 평균 주당순이익(EPS) 증가율 전망치는 9.9%로 선진국(8.3%)보다 높다. 골드만삭스, JP모간 등 글로벌 증권사는 올해 신흥국 증시가 선진국보다 나을 것으로 내다봤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증시가 빠르게 회복되자 투자자의 관심은 ‘더 오를 수 있을지, 아니면 이미 오를 만큼 오른 것인지’로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추가상승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달 말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미·중 무역협상 고위급 회담에서 결과가 최악으로 나오지만 않으면 증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국내외 경기둔화와 기업실적 악화 등이 지표로 확인될 때마다 시장이 흔들릴 것”(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이라는 분석도 있다.
송종현/전범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