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아니라 부담스럽쥬?"…소주모델, 공식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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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이슬→아이린, 처음처럼→수지, 좋은데이→세정소주를 홍보하는 광고 모델의 얼굴이 바뀌고 있다. 젊은 소비층을 공략하기 위해 젊은 이미지를 주는 '아이돌' 광고 모델을 기용하는가 하면, 관습처럼 유지되던 모델 공식을 깨고 파격적인 발탁을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아이돌 모델 기용해 소주 소비층 확대 효과 기대
요리연구가 백종원씨 발탁 등 파격 사례도 등장
27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소주업체인 하이트진로는 올해 '참이슬' 모델로 아이돌그룹 레드벨벳의 멤버 아이린을 발탁했다. 하이트진로가 소주 브랜드 참이슬 모델을 교체하는 건 5년 만이다. 기존 모델은 가수 아이유였다.오성택 하이트진로 마케팅실 상무는 "아이린은 브랜드 평판 조사 결과 가장 돋보이는 스타성을 가지고 있어 젊은 세대와의 소통 강화에 적합한 모델"이라며 "앞으로 참이슬, 아이린과 함께하는 다양한 소비자 접점에서의 활동을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아이돌 가수를 소주모델로 발탁한 기업은 하이트진로뿐만이 아니다. 경남지역 소주업체 무학은 최근 소주 브랜드 '좋은데이'의 새 광고모델로 아이돌 그룹 '구구단'의 김세정을 발탁했다. 김씨는 2016년 걸그룹 선발 오디션 프로그램인 '프로듀스101'을 통해 귀엽고 활발한 이미지를 젊은 세대에 어필한 것으로 유명하다.
무학 관계자는 "음악활동뿐만 아니라 예능프로그램과 드라마에서 깨끗하고 밝은 매력을 보여줬다는 점이 모델로 선정한 이유"라며 "건강한 이미지의 소주 '좋은데이'와도 잘 맞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소주 브랜드 '처음처럼'의 롯데주류도 걸그룹 '미쓰에이' 출신의 수지와 지난해 말 재계약을 체결했다. 수지는 2016년부터 처음처럼의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다양한 세대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수지가 폭넓은 소비자층을 공략하려는 '처음처럼'의 이미지와 잘 부합한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섹시스타'에 치중됐던 소주 모델이 아이돌 등 젊은 세대로 옮겨오는 것은 주류업계의 고민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많다. 젊은 층이 독한 술을 멀리하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낮은 도수의 술을 선호하면서 소주시장이 침체기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연령층 확대'라는 고민이 담겨 있는 대표적인 모델 발탁 사례는 백종원이다. 무학은 이달 초 소주 '좋은데이'의 모델로 김세정과 함께 백씨를 발탁했다. 백씨는 순박한 사투리와 일반인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요리 레시피를 알려주는 외식사업가로 잘 알려져 있어 대중들로부터 인지도가 높다.소주모델로 50대 남성인 백씨를 발탁한 것은 다소 파격적인 발탁이란 평가가 많다. 50대 이상 남성 모델로는 2017년 부산지역 소주업체인 대선주조가 소주 '대선' 모델로 가수 김건모를, 같은 해 광주·전남 기반의 소주회사인 보해양조가 신제품 '천년애'의 모델로 유시민 전(前) 보건복지부 장관을 기용한 정도다. 유 전 장관은 보해양조 사외이사이기도 하다.
무학 관계자는 "백씨는 남녀노소 연령대 구분 없이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라며 "이러한 이미지와 소주가 만났을 경우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소주업체는 주소비층인 남성의 이목을 끌기 위해 당대 최고의 여자 스타 모델을 선호했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1999년 이영애를 시작으로 황수정, 박주미, 김태희, 성유리, 남상미, 김아중, 김민정, 하지원, 이민정, 문채원 등을 참이슬 모델로 썼다.'처음처럼'의 롯데도 구혜선, 이효리, 신민아, 고준희, 현아 등 남성 소비자층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모델을 지속해서 발탁해왔다.
그러나 소주의 알코올 도수가 낮아지고, 과일소주·탄산주 등이 인기를 끌면서 소주 업체들의 모델 선택도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섹시한 미녀 대신 '귀여운 여동생' 이미지의 여자 모델이 소주업체와 광고계약을 맺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소주가 중장년층의 남성들만 선호하는 술이 아니라 젊은 세대들도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제품으로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알코올 도수가 낮아지는 것과 동시에 브랜드 이미지도 젊고 밝은 쪽으로 모델을 선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