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협상 없이 정쟁으로 일관한 임시국회

박종필 정치부 기자 jp@hankyung.com
“새해 들어 여야 간 원내대표 회동은커녕 수석부대표 협의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회 관계자는 “1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된 법안 건수가 제로”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회법상 2, 4, 6월은 임시국회를 반드시 열게 돼 있고, 홀수 달은 의원 50명 이상이 동의하면 열린다. 2월 국회를 준비하려면 적어도 이달 말부터는 협상을 벌여야 한다.하지만 2월 임시국회 의사 일정은커녕 이미 열려 있는 1월 임시국회마저 무산되는 분위기다. 국회가 너무 조용해 일각에서는 “지금이 회기 중이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법안 심사를 해야 하는 각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이달 들어 개점휴업이다.

국회가 해야 할 일이 없어서가 아니다. 경제계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비롯해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처리가 무산된 ‘유치원 3법’, 체육계 성폭력 근절법 등 처리해야 할 법안이 산적해 있다. 택시·카풀 갈등, 미세먼지 대책,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국회가 살펴야 할 현안도 수두룩하다.

국회 파행의 1차적 책임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있다. 민주당은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손혜원 의원이 탈당하자 해당 의혹과 관련해 일절 침묵을 지키고 있다. 청와대는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 임명을 강행하며 야당 지도부의 협상 여지를 없앴다.자유한국당도 국회 파행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야당의 얘기를 철저히 무시하는 청와대와는 더 이상 정치를 할 수 없다”며 2월 임시국회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한국당은 민주당과의 대화를 포기하고 ‘릴레이 단식’ ‘장외 규탄대회’ 등의 수단을 써가며 투쟁 수위를 올리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원내 1당의 ‘맏형’으로서 무조건 논의를 피하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며 “지나치게 강대강 투쟁 양상으로 일관하는 한국당도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월 국회는 설 연휴가 있는 데다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단의 미국 방문 일정도 잡혀 있다. 원내지도부가 실질적인 협상을 벌일 수 있는 시간은 기껏해야 2주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