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플레이스도 쓰러진다

2019 자영업 리포트

경리단길 月 임대료 60만원 낮춰도
4개월째 새 임차인 못구해 공실로
상수역 먹자골목도 자영업자 떠나
“이 동네 상가에는 권리금이 없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올 들어선 임대료마저 월 40만~50만원 정도 떨어졌습니다.”(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S공인 관계자)

서울 골목상권의 ‘원조격’으로 통하는 용산구 경리단길도 수년째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0년대 초반 전용면적 20~30㎡ 점포에 아기자기한 카페, 식당 등이 하나둘씩 들어서며 성업한 상권이다. 이 길의 이름을 따라 망리단길, 송리단길 등 신흥 골목상권도 연이어 생겨났다. 하지만 최근 3~4년 새 임대료가 대폭 오른 데다 인건비 부담은 치솟고, 손님의 발길이 뜸해지자 상인들이 거리를 떠나고 있다.

경리단길 초입 ‘츄러스골목’에 있는 전용면적 19.8㎡ 상가점포 1층은 4개월째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점포 소유주는 190만원이던 월 임대료를 최근 130만원으로 대폭 낮췄다. 용산구 이태원동 J공인 관계자는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으로 초기 상인들은 거의 다 빠져나갔다”며 “과거의 아기자기함, 소박함이 사라지고 경기마저 꺾이자 경리단길을 찾는 인파도 덩달아 줄었다”고 설명했다.

정육점이 입점한 경리단길 인근 한 상가 점포(전용 26㎡)도 지난해 11월 임대료보다 40만원가량 낮은 280만원에 최근 임대 계약을 다시 맺었다. 2015년에는 월 임대료가 최고 320만원에 달했던 점포다. 경리단길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3~4년 전만 해도 고기를 납품하던 거래처가 20곳 이상이었지만 지금은 3개로 줄었다”며 “그때는 임대료가 비싸도 매출이 상당해 어느 정도 버텼는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토로했다.상가 권리금을 포기하는 임차인도 속출하고 있다. 경리단길 초입에서 와인바(전용 26㎡)를 운영해온 A씨는 2년 전 임대 계약 당시 권리금 8000만원을 냈다. 하지만 영업이 잘되지 않아 보증금 4000만원을 임대료로 모두 사용하고 권리금도 돌려받지 못한 채 폐업했다.

신흥 골목상권으로 주목받던 종로구 삼청동과 마포구 상수역 일대의 임대료와 권리금도 대폭 떨어졌다. 6년 전 권리금 1억8000만원을 내고 입주해 1~2층(연면적 240㎡)을 함께 사용하던 상수동 M식당은 폐업을 앞두고 있다. M식당 점주는 “장사가 잘될 때는 월매출이 1억5000만원까지 나왔지만 지금은 반절 수준에도 한참 못 미친다”며 “인건비 부담까지 커져 최근 직원을 4명에서 2명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민경진/이주현/구민기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