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ㅣ '극한직업' 공명 "양파 잘 썬다고요? 하루종일 연습했어요"

영화 '극한직업' 재훈 역 배우 공명
개봉 첫 주 100만 돌파, 역대 1월 개봉 영화 최단 흥행 속도로 승승장구하며 단숨에 500만 돌파까지 목전에 둔 영화 '극한직업'의 최대 발견은 공명이 아닐까. 배우 공명은 천진함과 열정이 과해 위험하기까지 한 신입 형사 재훈 역을 맡아 류성룡, 진선규, 이하늬, 이동휘 등 기라성같은 선배들 속에서 존재감을 빛냈다. 치킨집에서 잠복 수사를 펼치며 범인을 잡는다는 '극한직업' 마약반 멤버들 중 막내였던 공명은 "선배들이 정말정말 많은 사랑을 주셨다"면서 "또 만나고 싶어서 '극한직업' 홍보만을 기다렸다"고 지난 시간들 전했다.

영화 개봉 직전 만난 공명은 시사회를 통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에 대해 "분위기가 너무 좋아 부담도 된다"며 "상업 영화를 많이 해보지 않아 스코어가 얼마나 나와야 잘되는 지 모르지만, 모두가 기분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소박한 바람을 드러냈었다. 2013년 연기자 그룹 서프라이즈로 데뷔한 공명은 이후 드라마, 예능을 통해 종횡무진 활동하며 자신의 이름을 알려왔다. 특히 MBC '우리 결혼했어요', tvN '혼술남녀' 등을 통해 상큼한 로맨티스트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극한직업'에서는 사랑스럽지만 결코 로맨틱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극 후반부 열정 과다로 약에 취해 해롱거리는 모습은 "역대급"이라고 할 만큼 공명의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원래 서프라이즈의 첫 작품이 웹드라마 '방과 후 복불복'이라고 코미디 장르였어요. 코미디가 어떤 건지 정도는 알고 있었죠. 그래서 더 편하게 다 내려놓을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마지막에 환각 상태에 빠지는 장면은 시나리오에 써져 있는 느낌 그대로에 초점을 맞췄어요. 그걸 '기다려', '워워' 이런 식의 대사를 쳐서 강아지 같은 느낌으로 이동휘 형이 살려주신 거 같아요."

이동휘 뿐 아니라 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등 '마약반' 전원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극한직업' 마약반에 가장 마지막으로 합류한 공명을 위해 류승룡과 이동휘는 "말맛과 코미디의 타이밍까지 일러줬다"게 촬영장에서 "명이"로 불린 공명의 설명이다. "촬영장에서 따로 공명을 찾으며 좋은 말을 했줬다"는 공명에게 "찾아가는 잔소리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자, "절대 그렇지 않다"고 손을 내저었다. 그러면서 "사실 지난해 고민도 많았던 시기였는데, '극한직업'을 하면서 기운을 얻었다. 저에게 터닝포인트가 된 시간"이라고 털어 놓았다.
"처음 만났을 때 서로의 고민에 대해 털어 놓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러면서 많은 얘기를 했어요. 저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던지, 이전까지 여러 많은 활동을 하면서 지쳐있을 때라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이런 말들을 했었죠. 그렇게 고민을 털어놓으니 더 친해지더라고요."

'고민'이라는 단어를 내뱉은 공명에게 "혹시 서프라이즈라는 팀으로 다같이 데뷔했지만, 주목받는 시기가 달랐기 때문이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서프라이즈에는 공명 외에 배우 서강준, 유일, 강태오, 이태환 등이 소속돼 있다. 서강준이 데뷔하자마자 주연을 꿰차며 승승장구했고, 지난해엔 이태환이 KBS 2TV '황금빛 내 인생',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 등을 통해 사랑받았다. 공명은 "서프라이즈 멤버들과는 거의 4년을 숙소생활을 했다"며 "친형제같은 느낌이다. 엊그제도 만나 서로를 응원해줬다"고 돈독한 팀워크를 과시했다. 또 "'서강준 형이 부럽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전혀 그런 부분이 없다"며 "강준이 형은 촬영을 마치고 들어와 피곤해도 저희끼리 밥먹으러 간다고 하면 같이 먹고 계산을 한다. 정말 잘챙겨주는 멋있는 형"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촬영을 하면서 고민을 치유한 덕분에 극에는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끊임없이 작품을 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한다"며 "이전과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치열했던 촬영기를 전했다.

"재훈이라는 캐릭터를 봤을 때, 설명만 봐도 예상 가능한 인물이잖아요. 그래서 꼬아서 생각하기 보단, 어떤 새로운 걸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그런데 (이병헌) 감독님이 '너무 많을 것을 하려고 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많은 것을 보여주려다 정작 중요한, 우리가 편하게 볼 수 있는 막내 캐릭터를 놓칠 수 있다고요. 그때부턴 있는 그대로 연기했어요."
극중 재료손질 담당이었던 재훈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며칠 동안 촬영을 끝내고 집에 와서도 양파만 썰었다"고도 털어 놓았다.

"제가 정말 칼질을 못해요. 트레이닝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집에 오면 자연스럽게 엄마가 양파 한 망을 가져다 주셨어요. 그럼 또 막 썰고. 그렇게 많이 하니까 늘긴 하더라고요.(웃음) '와 되는구나' 하는 순간에 손을 다칠 뻔 했어요. 그때부턴 조심하면서 썰었죠."

'극한직업' 뿐 아니라 매 순간 최선을 다했던 공명이었다. 작품또한 가리지 않았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독립영화, 인권영화에도 출연했다. "예전에 제가 어떤 작업을 했는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다들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이런 것들이 밑거름이 되는 걸 느꼈어요. 2013년에 영화 '어떤 시선'을 할 땐 처음 연기를 할 때라 저 혼자 다녔어요. 그런 경험들도 이번 촬영을 하면서 좋은 토대가 된 거 같고요. 앞으로도 많이 올라왔다는 생각보단 공명이란 배우를 보여드리는 것 자체를 기쁘게 여기고 싶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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