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가상화폐 채굴시계' 개발한 中 스타트업, 한국 시장 '노크'

노경목 특파원의 선전 리포트

선전 블록체인연구개발센터 간펑 대표, 생태계 조성에 앞장

가상화폐 투자·거래소·하드웨어 등
4년 만에 12개 자회사 거느려

2011년 신문 읽고 가상화폐 알아
이듬해부터 본격 투자해 큰 수익

2016년 연구개발센터 만들어
가상화폐 현금인출기 등 출시

"한국,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국
지난달 도비트레이드 개설
채굴기 등 하드웨어도 선보일 것"
간펑 블록체인연구개발센터 대표(왼쪽 두 번째)가 직원들과 제품 개발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손에 들고 있는 것이 웨어러블 가상화폐 채굴기, 뒤에 보이는 것은 가상화폐 현금자동입출금기(ATM)다.
가상화폐에 투자해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면 어떻게 할까. 대부분 사람은 “강남에 빌딩을 사서 임대사업주가 되겠다”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간펑이라는 이름의 중국 젊은이는 다르게 생각했다. 선전으로 가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창업에 나섰다. 창업 4년차인 블록체인연구개발센터는 12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가상화폐 투자와 거래소부터 관련 하드웨어 제조까지 아우른다. “블록체인과 관련한 가치 사슬 및 생태계를 조성하는 회사로 성장시키겠다”는 것이 간펑 블록체인연구개발센터 대표의 목표다.

투자자에서 사업가로외환과 주식 등에 투자해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리던 간 대표가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2011년이었다. 경제신문을 읽다 우연히 관련 내용을 접한 그는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라는 느낌이 들었다”며 “블록체인이 인류와 금융에 새로운 미래를 열어줄 수 있다는 기대가 생겼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비트코인 투자에 나섰다. 처음 투자한 돈은 1000위안 정도였지만 차츰 투자 규모를 늘려갔다. 부침이 있었지만 가상화폐 시장은 꾸준히 성장했고 그에 따라 개인적 수익도 늘었다. 관련 전문 투자업체를 차리기도 했다.

그가 블록체인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한 것은 2016년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일상생활에 확대하겠다”는 포부였다. 이때 처음 내놓은 것이 세계 최초의 가상화폐 채굴 시계다. 시계를 차고 운동하면 심박수와 활동량을 측정한 뒤 여기에 비례해 블록체인연구개발센터가 상장한 가상화폐 MCC가 블록체인 지갑에 쌓인다. 가상화폐 시장의 열풍과 함께 인기를 끌어 2016년 이후 중국을 중심으로 10만 대 넘게 판매됐다. 출시가도 초기 1999위안에서 나중에는 1만 위안까지 올랐다. 2017년 말 체험판 제품 5000대를 내놨을 때는 70만 명이 몰려 5분 만에 완판되기도 했다.

결제단말기(POS)와 가상화폐 체크카드, 가상화폐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도 내놨다. 가상화폐를 일상생활에서 더욱 쉽게 사용하도록 해 블록체인 생태계를 확대하겠다는 목표에서다. 해당 제품을 이용하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화폐를 사용해 물건을 쉽게 구매할 수 있고 수시로 현금으로 바꿀 수도 있다. 가상화폐 ATM은 지난해까지 미국, 동남아시아 등지에 600여 대를 판매해 관련 시장의 20%를 점유하고 있다.“시장 냉각, 예상했다”

간 대표는 해외 다른 블록체인 업체들과 비교해 회사가 지닌 강점으로 선전의 하드웨어(HW) 생태계를 들었다. 그는 “선전에서는 낮은 원가로 HW 제품을 제작할 수 있어 소프트웨어(SW)와 결합하기가 쉽다”며 “이미 SW와 HW를 결합하는 분야에서 차별화된 기술력을 축적해 날로 완성된 제품을 내놓고 있어 향후 시장이 넓어지면 더 많은 기회를 가져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블록체인연구개발센터는 자사의 가상화폐거래소인 도비트레이드를 지난달 한국에 개설하며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나섰다. 한국 시장을 공략 대상으로 삼은 배경에 대해 간 대표는 “한국은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 국가로 성인의 33%가 가상화폐를 보유하고 있다”며 “우수한 시장 환경과 인프라는 블록체인연구개발센터의 자체 기술 혁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도비트레이드를 통해 한국의 각종 가상화폐 거래를 돕는 한편 웨어러블 가상화폐 채굴기 등 다양한 HW를 한국에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간 대표는 중국 내에서 2017년부터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가격 하락을 예언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가상화폐도 결국 시장인 만큼 뜨거울 때가 있으면 차가울 때도 있는 게 당연하다”며 “냉각기가 더 길어져 시장이 정리되고 문제있는 업체들은 퇴출돼야 봄이 왔을 때 정말 역량있는 기업이 돋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이 냉각되는 와중에도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산업 영역이 확대되는 등 생태계가 넓어져 가상화폐 시장이 다시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5세대(5G) 이동통신에 블록체인의 미래가 있을 것”이라며 “데이터 보안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적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개인에게도 투자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