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국내 첫 산부인과' 제일병원, 결국 법정관리 신청

이영애 컨소시엄 등과 매각 협의
3개월 내 회생절차 마무리 계획
▶마켓인사이트 1월 28일 오후 4시 40분
국내 첫 산부인과 전문병원인 제일병원(의료법인 제일의료재단·사진)이 결국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2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제일병원은 이날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법원은 1~2일 이내에 채권자의 채권 추심 및 회사의 자산 처분을 금지하는 포괄적 금지명령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법무법인 율촌이 제일병원의 법률 대리인을 맡았다.

제일병원은 신청서를 통해 자율구조조정지원(Autonomous Restructuring Support·ARS) 프로그램 활용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ARS프로그램은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를 보류하고 그 기간 중 채무자가 영업을 지속하면서 채권자들과 자유롭게 구조조정 방안을 협의할 수 있도록 최대 3개월의 기간을 부여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제일병원은 채권자들의 압박에서 벗어나 새 주인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기간 내에 인수자를 찾은 뒤 인수합병(M&A)을 전제로 한 사전회생계획안을 짜고 빠르게 회생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제일병원은 경영난이 표면화된 지난해부터 다수의 투자자와 매각 협상을 해왔다. 배우 이영애 씨가 참여하는 ‘이영애 컨소시엄’도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이영애 컨소시엄은 ‘서울대 두유’로 알려진 약콩두유 등 각종 고기능성 식품을 생산하는 스타트업 밥스누 창업자 이기원 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 바이오업체, 병원사업자 등으로 구성돼 있다.제일병원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조카인 고 이동희 박사가 1963년 설립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 신생아의 2%가 이곳에서 태어났을 정도로 국내에서 분만 진료를 가장 많이 했다. 1996년 삼성그룹으로 편입돼 한동안 삼성제일병원으로 불렸다가 2005년 그룹에서 분리됐다. 이후 2007년 병원 증축을 위해 1000억원대 담보 대출을 받았지만 저출산 추세로 최근 5년 새 분만 건수가 38%나 줄면서 재무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재무 상태 악화로 간판급 의사 등 핵심 인력 상당수가 병원을 떠나면서 제일병원은 지난해 11월 입원실을 폐쇄하고, 12월 말부터 외래진료를 받지 않는 등 사실상 폐업 상태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