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줄이고 현금 쌓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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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현금성 자산 증가율국내 상장회사들이 투자를 줄이고 현금자산은 빠르게 늘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등의 여파로 국내외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6.1%…전년의 두배
2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상장사 2092곳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37조2367억원으로 전년 동기(223조5862억원) 대비 6.1% 증가했다. 전년 증가율(3.0%)의 두 배에 달한다. 2014년 말 166조9930억원이던 상장회사들의 현금성 자산은 2015년 말 200조4538억원으로 200조원을 넘은 뒤 2016년 225조9094억원, 2017년 232조7971억원 등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작년 4분기에도 유형자산 등 처분 공시가 잇따랐기 때문에 작년 연간으로는 증가폭이 훨씬 컸을 것이란 관측이다.
주요 대기업 대부분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30조7882억원에서 33조881억원으로 7.47%, 현대자동차는 9조726억원에서 9조3364억원으로 2.91% 늘어났다. SK하이닉스(108.38%) SK텔레콤(90.96%) LG화학(72.24%) 등도 현금자산이 급증했다.
대기업보다 재무 안정성이 낮은 중견·중소기업의 현금성 자산 증가세는 더 두드러졌다. 코스닥 상장사 우리들휴브레인은 7억원에서 278억원으로 3834.55%, 삼보산업은 3억원에서 112억원으로 3751.83% 급증했다. 썸에이지(1311.42%) 심텍(1722.78%) 오스코텍(1224.59%) 등도 네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비핵심 자산을 팔거나 투자 지분을 정리하는 등 대외적으로 밝히는 사유는 제각각이지만 경기가 더 안 좋아지기 전에 현금을 확보하려는 게 속내”라고 말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