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판사 관료화'에 초점…파격 인사는 '절반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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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인사 이원화' 현실화…지방법원 부장판사, 사실상 첫 법원장 보임
'법원장 추천' 일부 반영에 개혁 후퇴 우려…행정처 '기획예산→재판지원' 중심이동전직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되며 사법부 체면이 바닥에 떨어진 상황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28일 고위 법관 인사를 단행했다.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태가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 판사의 관료화, 줄 세우기식 인사 구조에서 기인했다는 비판이 컸던 만큼 이번 인사도 '관료적 사법행정 개혁'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법원장 추천제'를 통해 김 대법원장이 추진하려던 개혁 인사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사에서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법관 인사의 이원화를 현실화했다는 점이다.법관 인사 이원화는 고등법원장을 고등법원 법관 중에서, 지방법원장은 지방법원 법관 중에서 보임하는 것으로,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승진한 이후에야 지방법원장을 맡을 수 있는 법관 서열 인사의 고리를 끊는 방안이다.
실제로 김 대법원장은 이번에 '법관의 꽃'으로 불린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단 한 명도 새로 보임하지 않았다.
고법 부장은 대법관 인선을 제외하고 법관으로서 바라볼 수 있는 단 한 번의 실질적인 승진으로 여겨져 사법부 내 서열화 기능을 해왔다는 비판이 컸다.이 때문에 김 대법원장은 취임 후 고법 부장 승진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누차 강조했고, 실제 지난해 정기인사를 끝으로 더는 고법 부장판사를 보임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다.
대법원은 새 고등부장을 보임하지 않으면서 생기는 재판장 공석은 고법 판사에서 충원한다는 방침이다.
김 대법원장의 법관 인사 이원화 의지는 지방법원 부장판사를 법원장에 앉힌 '파격 인사'에서도 엿보인다.대법원은 장준현(연수원 22기) 서울동부지법 수석부장판사를 의정부지법원장에, 손봉기(22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대구지법원장에, 이일주(21기) 울산지법 부장판사는 부산가정법원장에 각 보임했다.
과거 지방법원 부장판사가 지방 권역의 가정법원장을 맡은 사례가 있긴 하지만, 지방법원급 수장을 놓고는 근래 들어 첫 파격 인사로 꼽힌다.
이들 외에도 대법원은 대법원장 비서실장, 중앙지법 형사수석·민사2수석 부장판사 등 기존에 고등법원 부장판사급이 맡은 자리에 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앉힐 예정이다.
이들이 법원장 등의 임기를 마치면 다시 지방법원 부장판사로 돌아가 재판을 맡는 '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겠다는 게 김 대법원장의 의지다.
다만 법원장에 앉힌 지방법원 부장판사들의 기수가 21기∼22기로 상대적으로 '고참'들이란 점에서 아직은 전면적인 개혁보다 조직의 '안정'에 무게를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사 혁신에 대한 김 대법원장의 고민은 이번에 처음 시범 실시한 법원장 추천제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났다.
김 대법원장은 법원장 보임 과정에서 소속 법관들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해 처음으로 법원 두 곳에서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시범 실시했다.
그동안 인사에 관한 전권을 쥐고 있던 대법원장의 '권한 내려놓기' 차원이다.
그 결과 대구지법 판사들이 직접 추천한 후보 3명 가운데 손봉기(22기) 부장판사를 새 대구지법원장으로 보임했다.
판사들의 의사를 실제 인사에 반영해 사법부 개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또 다른 시범 법원이었던 의정부지법에서의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다.
의정부지법 판사들은 상대적으로 '젊은 피'인 29기 신진화 부장판사를 단독 후보로 추천했으나 대법원은 관할 지역의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충분한 사법행정 경험이 있는 법원장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22기 장준현 부장판사를 보임했다.
'수평적·민주적 요소'를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직의 안정' 역시 무시하지 못한다는 판단이 깔렸다.
이에 대해 법원 내에서는 "안정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반응과 함께 "결국 대법원장 마음대로 인사할 거면 왜 후보 추천을 받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식으로 '절충점'을 찾다가 전체적인 사법개혁 의지가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김 대법원장도 이 같은 내부 비판을 의식한 듯 이날 "이번 시범 실시 과정과 결과를 바탕으로 바람직한 부분은 더 발전시키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개선해 앞으로도 법원장 보임 시 소속 법관들의 의사를 계속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독였다.
다만 이번 인사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진원지로 꼽힌 법원행정처 개혁 움직임이 감지된 건 긍정적 신호로 읽힌다.
법원행정처 기조실장보다 사법지원실장에 선임자를 앉힌 게 그 예다.사법행정 기능의 무게 중심을 기존의 기획·예산에서 '재판 지원'으로 옮기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진다.
/연합뉴스
'법원장 추천' 일부 반영에 개혁 후퇴 우려…행정처 '기획예산→재판지원' 중심이동전직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되며 사법부 체면이 바닥에 떨어진 상황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28일 고위 법관 인사를 단행했다.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태가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 판사의 관료화, 줄 세우기식 인사 구조에서 기인했다는 비판이 컸던 만큼 이번 인사도 '관료적 사법행정 개혁'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법원장 추천제'를 통해 김 대법원장이 추진하려던 개혁 인사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사에서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법관 인사의 이원화를 현실화했다는 점이다.법관 인사 이원화는 고등법원장을 고등법원 법관 중에서, 지방법원장은 지방법원 법관 중에서 보임하는 것으로,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승진한 이후에야 지방법원장을 맡을 수 있는 법관 서열 인사의 고리를 끊는 방안이다.
실제로 김 대법원장은 이번에 '법관의 꽃'으로 불린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단 한 명도 새로 보임하지 않았다.
고법 부장은 대법관 인선을 제외하고 법관으로서 바라볼 수 있는 단 한 번의 실질적인 승진으로 여겨져 사법부 내 서열화 기능을 해왔다는 비판이 컸다.이 때문에 김 대법원장은 취임 후 고법 부장 승진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누차 강조했고, 실제 지난해 정기인사를 끝으로 더는 고법 부장판사를 보임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다.
대법원은 새 고등부장을 보임하지 않으면서 생기는 재판장 공석은 고법 판사에서 충원한다는 방침이다.
김 대법원장의 법관 인사 이원화 의지는 지방법원 부장판사를 법원장에 앉힌 '파격 인사'에서도 엿보인다.대법원은 장준현(연수원 22기) 서울동부지법 수석부장판사를 의정부지법원장에, 손봉기(22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대구지법원장에, 이일주(21기) 울산지법 부장판사는 부산가정법원장에 각 보임했다.
과거 지방법원 부장판사가 지방 권역의 가정법원장을 맡은 사례가 있긴 하지만, 지방법원급 수장을 놓고는 근래 들어 첫 파격 인사로 꼽힌다.
이들 외에도 대법원은 대법원장 비서실장, 중앙지법 형사수석·민사2수석 부장판사 등 기존에 고등법원 부장판사급이 맡은 자리에 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앉힐 예정이다.
이들이 법원장 등의 임기를 마치면 다시 지방법원 부장판사로 돌아가 재판을 맡는 '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겠다는 게 김 대법원장의 의지다.
다만 법원장에 앉힌 지방법원 부장판사들의 기수가 21기∼22기로 상대적으로 '고참'들이란 점에서 아직은 전면적인 개혁보다 조직의 '안정'에 무게를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사 혁신에 대한 김 대법원장의 고민은 이번에 처음 시범 실시한 법원장 추천제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났다.
김 대법원장은 법원장 보임 과정에서 소속 법관들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해 처음으로 법원 두 곳에서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시범 실시했다.
그동안 인사에 관한 전권을 쥐고 있던 대법원장의 '권한 내려놓기' 차원이다.
그 결과 대구지법 판사들이 직접 추천한 후보 3명 가운데 손봉기(22기) 부장판사를 새 대구지법원장으로 보임했다.
판사들의 의사를 실제 인사에 반영해 사법부 개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또 다른 시범 법원이었던 의정부지법에서의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다.
의정부지법 판사들은 상대적으로 '젊은 피'인 29기 신진화 부장판사를 단독 후보로 추천했으나 대법원은 관할 지역의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충분한 사법행정 경험이 있는 법원장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22기 장준현 부장판사를 보임했다.
'수평적·민주적 요소'를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직의 안정' 역시 무시하지 못한다는 판단이 깔렸다.
이에 대해 법원 내에서는 "안정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반응과 함께 "결국 대법원장 마음대로 인사할 거면 왜 후보 추천을 받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식으로 '절충점'을 찾다가 전체적인 사법개혁 의지가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김 대법원장도 이 같은 내부 비판을 의식한 듯 이날 "이번 시범 실시 과정과 결과를 바탕으로 바람직한 부분은 더 발전시키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개선해 앞으로도 법원장 보임 시 소속 법관들의 의사를 계속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독였다.
다만 이번 인사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진원지로 꼽힌 법원행정처 개혁 움직임이 감지된 건 긍정적 신호로 읽힌다.
법원행정처 기조실장보다 사법지원실장에 선임자를 앉힌 게 그 예다.사법행정 기능의 무게 중심을 기존의 기획·예산에서 '재판 지원'으로 옮기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