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김 할머니 더 사셨으면 3·1절 100주년 보셨을 텐데"

김복동 할머니 조문 후 상주 등 면담…"참 꼿꼿하셨다"
윤미향 "'김정은이 빨리 와야 한다'고 하셨다"
"(김복동 할머니께서) 조금만 더 사셨으면 3·1절 100주년도 보시고 북미정상회담이 열려서 평양도 다녀오실 수 있었을 텐데…"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전날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상주 역할을 하는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등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김 할머니의 영정에 큰절을 하고 조문을 마친 다음 응접실로 자리를 옮겨 윤 이사장과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등을 면담했다.

윤 이사장은 "김 할머니가 수술을 받은 뒤 진통제를 맞아가며 의지 하나로 버티셨다"면서 "아흔넷 나이에 온몸에 암이 퍼졌는데도 9월에 오사카(大阪)를 다녀오고 수요집회도 나오시는 등 정신력으로 버티셨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우리 어머님과 연세가 비슷하신데 훨씬 정정하셨다"며 "참 꼿꼿하셨다"라고 회상했다.문 대통령은 2017년 8월 청와대에서 독립 유공자와 오찬할 때 김 할머니를 초청했고 작년 1월에는 입원한 김 할머니를 문병한 바 있다.
윤 이사장은 "돌아가시면서도 '나쁜 일본'이라며 일본에 대한 분노를 나타내셨고 '재일 조선인 학교를 도와달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김 할머니가 조금 더 사셨으면 평양에 갈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말에 윤 이사장은 "(김 할머니가) '김정은이 빨리 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도 했다.이어 "할머니가 '김정은'이라고 새겨진 금도장을 만들어주겠다고 하셨다"면서 "통일 문서에 그 금도장을 찍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곤 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제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한 분 한 분 다 떠나시고 스물 세 분이 남으셨는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떠나보내게 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화 도중 길 할머니의 고향이 평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평양 가보셨나요"라고 묻기도 했다.그러면서 "저는 남쪽에서 태어나 고향에 대한 절실함이 덜하지만 우리 어머니처럼 흥남 출신이신 분들은 모여서 고향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제가 그 모임에 가고는 했는데 모일 때마다 흥남 출신 신부님이 어디선가 흥남의 최신 지도를 가지고 오셔서 '여기는 아파트 단지다'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도를 함께 봤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산가족이 한꺼번에 다 (북에) 갈 수는 없어도 고향이 절실한 분이라도 먼저 다녀올 수 있어야 한다"면서 "고향은 아니더라도 평양, 금강산, 흥남 등을 가면서 소원의 반이라도 풀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길 할머니에게 "오래오래 사십시오"라면서 "젊은 사람들이 부족한 게 많으니 어르신들이 이끌어주셔야 한다"고 했다.이에 길 할머니는 웃음과 함께 "늙은이가 오래 살면 병이고 젊은이가 오래 살아야 행복"이라면서 "늙은 사람들이 젊은이들을 가르칠 재주가 없어 젊은이들이 노인들에게 배울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