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건강·보탬 다짐하며 하루 시작, 365편의 자잘한 일상…'인생 참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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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홍신 씨, 산문집 '하루사용설명서' 출간흔히 ‘인생엔 정답이 없다’고 한다. 그래도 많은 사람은 하루하루를 근심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어떤 특별한 방법 같은 게 있지 않을까 고민한다.
소설가 김홍신(사진)이 낸 산문집 《하루사용설명서》(해냄)는 어쩌면 그에 대한 나름의 답을 던지는 책이다. 책은 독특하게 구성됐다. 저자는 일기를 쓰듯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365일 동안 빠지지 않고 매일 하나씩 짧은 글을 써 모았다.글은 한 편이 일곱 문장에서 열 문장 정도다. 평소 제자들에게 ‘함축적인 의미를 담아 공감할 수 있고 화두가 될 만한 가볍고 짧은 글을 날마다 하나씩 써보라’고 했던 저자가 직접 실천에 옮긴 결과물이다. 그의 베스트셀러 《인생사용설명서》가 인생에 필요한 근원적 화두를 던진 책이라면, 이 책은 담담하게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을 일상 속에서 풀어냈다.
책은 시작부터 긍정의 힘을 강하게 이야기한다. 1월 1일 첫 글에선 ‘모든 물건에도 사용설명서가 있는데 하물며 사람에게도 사용설명서가 없겠는가. 슬피 울고 찡그리고 불행하게 살라고 적혀 있진 않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는 “기쁨과 고통도 행복과 불행도 내가 만드는 것이기에 남의 시선에서 벗어나 괴로움 없이 자유로운 사람이 되자”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던진다.
자유로워지기 위해 글을 쓴 저자는 평소 명상과 봉사활동, 주례와 강연, 인터뷰, 운세와 관상부터 앞마당 곤충 이야기까지 살면서 깨달은 무언가를 자연스럽게 던진다. 추운 어느 날 쓴 글엔 기러기 무리가 날면서 계속 울음소리를 내는 건 서로를 응원하고 한 무리임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라며 함께 사는 삶의 의미를 깨우쳐준다. 어떤 날엔 체온을 36.5도로 항상 유지하는 인간이 정작 마음의 온도는 수시로 널뛰기를 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예술과 종교, 언어, 과학 등 누구나 알 법한 단순한 지식과 정보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그 속에서 찾은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이 저자만의 간결하면서도 깊이 있는 문장력으로 스며들어 쉽게 읽힌다.
저자는 “항상 ‘살아있어 고맙다. 즐겁게 웃으며 소박하고 건강하겠다. 남을 기쁘게 하고 세상에 보탬이 되겠다’는 세 가지 다짐을 마음에 설명서처럼 새겨두고 하루를 시작한다”고 말한다. 책을 단숨에 읽어 내려가지 않더라도 일기를 보듯 매일 한 쪽씩 1년 내내 읽으며 저자가 느낀 일상 속 작은 기쁨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점은 이 책이 가진 특별함이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