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불국어'에 깜짝…'읽기 근육' 키우기 불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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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스마트폰에 빠져…학생들 독서량 갈수록 줄어학부모 이동환 씨(47)는 초등학생 두 딸 이민서, 이민예 양과 함께 지난해 ‘빡독’ 행사에 참가했다. 교육기업 대교가 마련한 이 행사는 약 100명을 서울 보라매동 대교타워 아이레벨홀에 초대해 주말 하루종일 책을 ‘빡세게’ 읽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행사다. 스마트폰, 노트북 등 전자기기를 모두 걷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각자 원하는 여러 장소에서 원하는 책을 읽을 수 있다. 독서시간 틈틈이 전문가 강연이나 토론도 열린다. 이씨는 “안전문제도 있고 또래들과 어울려야 해서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사줬다”면서도 “아무래도 특별한 계기가 없으면 책보다 TV, 스마트폰에 손이 가는 게 사실이라 행사에 참가했다”고 했다.
"종이책 읽기가 공부의 기본"
학부모들 독서 교육에 큰 관심
독서 편식 막아주는 앱도 등장
"많이 보다 어떻게 읽느냐가 중요
책 읽은 후엔 아이와 대화
머릿속 생각 정리하게 도와야"
대교는 지난해 3월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여섯 차례 빡독 행사를 열었다. 1회 196명이었던 지원자 수는 6회에는 1001명으로 크게 늘었다. 대교 관계자는 “바쁜 일상에 쫓겨 잠시 잊고 있던 몰입의 기쁨을 일깨워주는 행사”라며 “자녀 교육을 위해 함께 참가하는 학부모도 많다”고 했다. 올해는 2월 중순부터 아홉 차례 열 예정이다.학생 연평균 종이책 ‘한 달에 두 권’ 읽어
29일 교육계에 따르면 영상매체, 전자책 등이 발달하면서 역설적으로 학부모들 사이에서 독서교육, 특히 ‘종이책 읽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학부모 강모씨는 최근 다섯 살 딸이 종이책에 손가락을 대고 스마트폰을 조작하듯 ‘터치’하는 걸 발견한 뒤 종이책 읽어주는 시간을 늘렸다. 강씨는 “디지털 교과서 등 학교가 첨단화되고 있다고 해도 아이는 결국 대부분의 시간은 종이책을 통해 학습해야 할 것”이라며 “아이가 스마트폰, 영상매체에만 익숙한 것 같아 종이책 경험을 늘려주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7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의 연평균 종이책 독서량은 28.6권으로 2015년 29.8권에 비해 감소했다. 평소 책 읽기를 어렵게 하는 요인은 ‘학교·학원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29.1%), ‘책 읽기가 싫고 습관이 들지 않아서’(21.1%), ‘휴대폰, 인터넷, 게임 하느라 시간이 없어서’(18.5%) 순으로 집계됐다.단순히 ‘읽고 쓰는 능력’을 넘어 다양한 지식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독서교육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독서 편식’을 막기 위한 앱(응용프로그램)도 나왔다. 미래엔의 ‘아이북케어’는 유아초등 전문 북큐레이션 모바일 앱이다.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을 앱에 등록하면 분야별 비중을 분석해준다. 보완해야 할 맞춤형 도서도 추천해준다. 2016년 베타버전을 출시하자마자 구글 플레이스토어 교육카테고리 신규앱 차트 1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현재까지 다운로드 수는 약 16만 건이다. 이용자들이 등록한 누적 도서 수는 450만 권에 달한다.
장애학생을 위한 독서 앱도 등장했다. 화웨이의 ‘스토리사인’은 청각 장애어린이를 위해 아동도서를 수화로 읽어주는 앱이다. 아동도서를 스마트폰으로 비추면 화면 속 아바타가 수화로 책을 읽어준다. 국가마다 수화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10개 국가 언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화웨이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지원되는 언어 수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독서교육 열풍…수능 ‘불국어’도 한몫이번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불수능’으로 치러진 것도 독해능력에 관심이 커진 이유다. 특히 이번 국어영역은 만점자가 전체 응시생의 0.03% 수준(148명)에 불과할 정도로 ‘불국어’였다.
교육계에선 이 같은 독해력 강조 추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수학, 과학에도 서술형 문제가 늘어나고 논리적 추론력이 강조돼서다. 학교 내신시험에서도 서술형·논술형 문항이 늘어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아이의 ‘읽기 근육’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읽느냐’보다 ‘어떻게 읽느냐’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미래엔 관계자는 “독서교육은 억지로 해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며 “읽기·말하기·쓰기 3박자가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책을 읽은 뒤에는 부모나 교사와의 대화를 통해 아이가 머릿속에 나열된 생각을 정리해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