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올라 좋지만…45%가 "주 15시간 미만 쪼개기 알바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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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자영업 리포트 (3) 고용 불안에 떠는 알바자영업 위기는 20대 청년층이 주로 일하는 아르바이트 자리까지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바생이 많이 몰리는 편의점과 식당 등이 대표적이다. 인건비 부담 등을 이유로 종업원 수를 줄이거나 영업시간을 단축하면서 알바생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한경·알바몬 공동 설문
"알바 매장 직원도 줄어" 36%
"주휴수당 받고 있다" 89%
"최저임금 인상에 주휴수당까지
장사도 안돼…점주 눈치 보여"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22~24일 구인·구직 포털사이트 알바몬과 함께 알바생 76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근로실태 설문조사에서도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조사 결과 자영업 위기로 알바생 역시 적지 않은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바생 같은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 정책이 오히려 이들에게 타격을 입히고 있는 셈이다.10명 중 3~4명 “직원 수·근무시간 줄어”
‘알바하는 매장의 직원 수가 작년 말과 비교해 어떻냐’는 질문에 35.8%가 ‘절반 이상으로 줄거나 소폭 줄었다’고 답했다. ‘늘었다’는 응답은 6.8%에 그쳤다. ‘작년과 동일하다’는 응답은 57.3%였다. ‘근무시간이 줄었냐’는 질문에는 36.6%가 ‘그렇다’고 했다. 근로시간 단축 이유에 대해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업시간 감축’이 32.4%로 가장 많았다. ‘가게 또는 매장의 매출 감소’라고 답한 사람이 26.9%로 뒤를 이었다.
근무시간이 줄었다고 응답한 알바생 중 43.4%는 ‘근무시간이 종전에 비해 20~30% 줄었다’고 답했고, 10.4%는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했다. 인건비 상승 등으로 상당수 자영업이 영업시간 단축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현재 알바 자리에 대한 불안감도 그만큼 컸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58.0%)이 향후 6개월 이내에 잘릴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이 때문에 알바를 하면서도 ‘낮은 임금’만큼이나 ‘고용 불안’에 대한 걱정이 컸다. ‘가장 큰 걱정’을 묻는 항목에 응답자의 42.9%가 ‘저임금’을 꼽았지만, 39.5%는 ‘고용 불안’이라고 답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시급이 오르는 것은 당장 좋긴 하지만 혹시라도 이것이 고용주 부담을 늘려 해고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는 얘기다.
알바몬 게시판에도 이런 사연이 많았다. 아이디가 ‘극한**’인 한 알바생은 “편의점에서 알바하다가 올해 1월 1일부로 잘렸다”며 “(편의점주도) 먹고 살기 어려운 건 알지만 바로 해고를 통보해 충격받았다”고 했다. 아이디 ‘KA***’를 사용하는 한 콜센터 임시직원도 “갑자기 칸막이가 없는 맨 끝자리로 바뀌었는데 해고당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주휴수당 없는 ‘단기 알바’ 늘고 있어설문에 응한 알바생들의 45.2%는 ‘1주일에 15시간 미만’의 단기 알바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 15시간 미만은 사업주가 주휴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는 기준점이다. 사업주들은 근로기준법 제55조에 따라 1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에게 주당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줘야 한다.
알바생들의 주휴수당 인식 수준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1주일에 15시간 일하는 알바생의 88.6%는 ‘주휴수당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고 11.4%만 ‘받지 못한다’고 답했다. 주휴수당을 받지 못하는 이유로 ‘주휴수당에 대해 잘 몰라서’라는 답은 12.5%에 머물렀다. 77.1%는 ‘사장이 임의로 주지 않는다’고 했고 ‘이미 고임금을 받고 있어 협의하에 받지 않는다’ 등의 기타 답변이 있었다.
알바생들은 자영업자들이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알바생의 근로시간을 주 15시간 미만으로 나누는 이른바 ‘쪼개기 알바’를 늘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아이디가 ‘고루**’인 한 알바생은 “올해부터 근무시간이 주 14시간으로 줄었다”며 “다른 직원들도 14시간, 13시간씩 짜서 평일 알바생이 4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아이디 ‘MJ***’를 쓰는 한 구직자는 “솔직히 알바생 입장에서 장사도 안 되는데 최저시급 인상에 주휴수당까지 받으면 엄청 눈치 보인다”며 “주휴수당 기준을 1주일에 15시간 이상이 아니라 25~30시간 정도로 바꿨으면 좋겠다”고 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