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가라"던 김현철, 하루 만에 문책성 경질…문재인 대통령, 사표 수리

문재인 대통령 '초대 경제참모 3인방' 모두 물러나

문 대통령 "예기치 않은 일 안타깝다"
지난해 8월 말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왼쪽)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청와대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50·60세대 무시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사진)의 사표를 수리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보좌관이 이날 출근하자마자 사의를 표했고, 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김 보좌관은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모든 공직에서 물러난다. 김 보좌관이 사의를 밝히고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는 형식이었지만, 문제 발생 하루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사실상 문책 인사로 해석된다. 김 보좌관은 지난 28일 발언 직후 즉각 “신남방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표현으로 여러분께 심려를 끼쳤다”고 공식 사과했지만, 야당을 중심으로 한 거센 사퇴 압박을 못 이기고 결국 물러났다.김현철 청와대 보좌관의 사의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소득주도성장 등 핵심 경제정책을 설계했던 학자 출신 초대 경제참모가 모두 물러나게 됐다. 대통령의 ‘경제교사’를 자임했던 김 보좌관은 장하성 전 정책실장, 홍장표 전 경제수석과 함께 교수 출신 ‘경제참모 3인방’으로 불렸다.

장 전 실장은 고용 악화와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갈등 등으로 지난해 11월 교체됐다. 홍 전 수석도 경제지표 악화의 책임을 물어 지난해 6월 반장식 일자리수석과 함께 경질됐다.

문 대통령은 29일 김 보좌관을 만나 “우리 정부 초기 경제정책의 큰 틀을 잡는 데 크게 기여했고, 경제보좌관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며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해 너무 안타깝다”고 위로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김 보좌관 발언의 취지를 보면 맡고 있는 신남방정책을 강조하다 보니 나온 말”이라고 안타까워했다고 김 대변인은 덧붙였다.
김 보좌관은 전날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최고경영자(CEO) 조찬간담회에서 부적절한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그는 “우리나라 50~60대들, 조기퇴직하고 할 일 없다고 산에 가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험악한 댓글만 달지 말고 아세안으로 가셔야 한다”고 말했다. 또 20~30대를 겨냥해선 “여기에(한국에) 앉아서 취업이 안 된다고 ‘헬조선’이라 하지 말고, 아세안 국가를 보면 ‘해피 조선’이 된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한편 대통령과 청와대 행사기획 등을 전담하는 탁현민 행정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사직서가 수리됐다는 소식을 오늘 들었다”고 적었다. 김 대변인은 “탁 비서관의 사표는 아직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