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설화 하루만에 김현철 전격 문책인사…위기의식 반영

"5060·청년 비난 자초" 민심이반 심각성 고려…거듭된 악재 속 野 공세도 부담
'경제 드라이브' 악영향 우려…'기강 잡기' 메시지로 분위기 반전 일부 기대
문재인 대통령이 '50·60 무시와 취업난 청년 현실 오독' 발언 논란을 일으킨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에 대해 '사표 수리'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김 보좌관이 사의를 밝히고 문 대통령이 수용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논란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인사 조처를 한 것은 사실상 문책의 의미가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2007년 11월에도 전병헌 전 정무수석이 중도 사퇴했지만, 당시 그는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있었다.

이에 비하면 김 보좌관이 설화를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이례적으로 강력한 처방으로 받아들여 진다.이에는 민생경제 회복이 더디고 청와대 기강해이 논란과 특별감찰반 논란 등 악재가 지속한 상황에서 김 보좌관의 이번 발언이 자칫 심각한 민심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 보좌관은 전날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간담회에서 "은퇴하시고 산에만 가시는데 이런 데(아세안) 많이 가셔야 한다", "한국에서 SNS에 댓글만 달지 말고 아세안으로 가셔야 한다" 등의 발언으로 50·60 세대 무시 발언 논란을 빚었다.

전통적으로 더불어민주당 등 범진보 계열 정당에 대한 지지세가 강한 30·40 세대와 달리, 50·60 세대는 상대적으로 민주당 정권에 대한 지지세가 약하다는 평가가 많다.실제로 지난 대선 당시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50대에서 문 대통령에게 투표했다고 밝힌 유권자는 36.9%로, 전체 득표율인 41.08%에 미치지 못했다.

60대 상대 출구조사에서는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24.5%에 그쳤다.

50·60 연령대의 지지층이 정부에 실망을 느낀다면 그만큼 빨리 등을 돌릴 수 있는 셈이다.김 보좌관이 "취직 안 된다고 '헬조선'이라고 하지 말라. 여기(아세안) 보면 '해피조선'"이라고 말해 청년층의 반발을 불러왔다는 점 역시 뼈아픈 대목이다.

이른바 '이영자 현상(20대·영남·자영업자 지지층 이탈 사태)'으로 대변되는 청년층 지지층 이탈 역시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과거 민주당이 야당이던 시절 대여투쟁을 하며 내세운 구호였다는 점에서 지지층의 실망감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아가 야권에서 이번 발언을 고리로 야권이 공세를 장기화할 경우 자칫 청와대 경제라인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속전속결' 인사 조처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김 보좌관이 이날 오전 출근 직후 먼저 사의를 밝힌 것도 문 대통령의 연초 '경제 드라이브'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생각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보좌하며 신남방정책 전반을 도맡았던 김 보좌관이 물러나 당분간 정책 공백이 불가피하리라는 우려가 여전하다.

아울러 김 보좌관의 사퇴 후에도 야권을 중심으로 청와대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청와대 내부에선 그러나, 문 대통령의 강력 조치로 관련 논란을 털어내고 내부 기강을 다잡는 발판으로 오히려 이번 기회를 활용하겠다는 기대도 일부 감지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