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배 해경청장 "평화수역 조성되면 군 대신 해경 역할 커져"

"바다서 국민 생명 지키는 게 해경 사명이자 존재 이유"
"그동안 남북 대치상황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역은 군이 주도적으로 관리했습니다.앞으로 서해 평화수역이 조성되면 비군사 조직인 해경 역할이 커질 것입니다"
지난해 6월 취임한 조현배(59) 해양경찰청장은 3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남북 정상회담 이후 논의가 진행 중인 서해 평화수역 조성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취임 직후 전남 진도 팽목항을 찾아 헌화하며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을 기린 그는 참사 후 한때 조직이 해체되는 아픔을 겪은 해경이 다시 신뢰받을 수 있도록 일어서겠다고도 강조했다.

조 청장은 "바다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 해경의 가장 큰 사명이자 존재 이유"라며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고 든든한 해경을 만들어 달라는 엄숙한 명령 앞에 무거운 사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조 청장은 부산수산대를 졸업하고 동국대에서 경찰행정학 박사 학위를 얻었다.

경찰 간부후보 35기 출신인 그는 경남지방경찰청장, 경찰청 기획조정관, 부산지방경찰청장 등을 지냈다.

해경청장 내정 당시 청와대는 환경공학과 출신인 조 청장이 해경 관할인 바다를 잘 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다음은 조 청장과 일문일답.

-- 해경청 본청이 2년 3개월 만에 다시 세종에서 인천으로 복귀했다.

해경을 처음부터 다시 뜯어고친다는 의미의 '재조'(再造) 해경 5개년 계획도 발표했다.앞으로 각오는.
▲ 국민은 해경이 바다에서 일어나는 어떠한 재난과 재해도 완벽하게 책임지기를 바라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인천 송도 청사 입주식 때 국민에게 신뢰받는 해경으로 다시 일어서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더는 해경을 불신하고 걱정하지 않도록 국민만 바라보며 임무에 충실하겠다.

조직에활력을 불어넣어 해경의 자존감을 높이면서 지속적인 혁신도 추진하겠다.

-- 세월호 참사 이후 지금까지도 해경의 구조역량을 두고 불신이 있다.

해경이 수색구조 전문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그간의 노력과 앞으로 계획은.
▲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동·서·남해에 중앙해양특수구조단을 신설하고 표면 공급식 잠수장비(SSDS)·잠수 지원함·대형 헬기·무인 원격조종 로봇(ROV) 등 전문 구조 장비도 확충했다.

또 심해 전문구조인력들을 양성해 대형·특수 해양사고 때 대응 역량과 심해잠수 역량을 키웠다.

세월호 사고 당시 460여명에 불과했던 전문 구조인력도 현재 930여명까지 늘렸다.

앞으로 채용·인사·교육훈련 등 해경 조직의 운영 방식 전반을 구조 중심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 2017년 12월 인천 영흥도 낚싯배 사고 이후 약 1년 만인 이달 11일 다시 경남 통영 해상에서 유사한 낚싯배 사고가 발생했다.

낚싯배 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 대책은.
▲ 이번 통영 낚싯배 사고 때도 구명조끼 미착용과 영업구역 위반 등 여러 문제점이 나타났다.

사고가 발생하면 우선 신속한 인명구조를 위해 잠수 인력과 장비를 배치한 구조거점파출소를 기존 13곳에서 올해 25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구명조끼 미착용·정원초과·영업구역 위반·음주운항·항내 과속· 안전점검 미필 등 위반행위를 해양수산부나 지방자치단체 등 유관기관과 수시로 합동 단속할 방침이다.

무엇보다 낚싯배 선장과 낚시꾼의 안전 인식이 가장 중요한 만큼 대국민 소통과 계도 활동도 강화하겠다.

--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 이후 논의가 진행 중인 서해 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이 향후 실제로 조성될 경우 해경의 역할은.
▲ 남북이 서해에 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해 운용하려는 궁극적인 목적은 NLL 해역에서 군사적 충돌을 막고 평화적인 어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동안 남북 대치상황에서 NLL 해역은 군이 주도적으로 관리했다.

앞으로 평화수역 등이 조성되면 비군사 조직인 해경 역할이 증대될 것이다.

해경은 평화수역 내 운항 선박의 긴급구조와 우발 상황에 대비한 안전관리를 책임진다.

또 공동어로구역 외곽에서 제3국의 불법조업 어선을 차단하는 등 북과 함께 공동순찰대 역할을 하게 된다.

관할 상 평화수역 관리는 중부해경청 서해5도 특별경비단이 맡을 전망이다.

--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 해양주권에 관한 관심이 높다.

해양 영토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해경의 정보력 향상 등 계획은.
▲ 바다의 가치와 중요성이 점차 커지면서 세계 각국은 해양주권을 확장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반도 인근 수역을 둘러싼 주변국도 예외는 아니다.

주변국은 영유권을 주장하려는 목적으로 독도 주변에 관공선이나 관용 항공기를 정기적으로 보내기도 하고, 이어도 주변 등 우리 해역에서 무단으로 해양과학조사 시도하기도 한다.우리 배타적경제수역의 끝단까지 순찰 범위를 확대해 우리 어선의 안전관리를 한층 강화하는 한편 해양 영토와 해양권익 보호를 위해 전략적인 경비 활동도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