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대결'로 치닫는 베네수엘라 사태…美 군사옵션 연일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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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군사개입 가능성에 미주 14개국 리마그룹 "군사개입 반대"
美 내정간섭 역사에 중남미 반감 커…실제 군사행동 가능성 낮을 듯'반(反) 마두로' 전선을 주도하는 세계 최강대국 미국에 맞서 중남미 좌파의 맏형을 자처하는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정권이 정권 존립의 명운을 걸고 실력행사에 나선 형국이다.미국이 마두로 정권의 '돈줄'인 국영 석유기업 제재에 이어 연일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자, 마두로 정권은 베네수엘라 사법부와 검찰을 동원해 '임시 대통령'을 선언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상대로 출국 금지와 자산동결 조처를 하면서 한 치도 물러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마두로 정권의 진퇴 여부를 둘러싼 베네수엘라 정국의 혼돈사태가 미국의 군사개입으로까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하면서 긴장감을 키우고 있다.
미국이 사실상의 '최후 수단'으로 여겨지는 군사개입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23일(현지시간) 과이도 의장이 자신을 과도 정부의 임시 대통령으로 선언하자 마두로 대통령이 필사적 퇴진거부 움직임에 나섰을 때부터이다.트럼프 대통령은 과이도 의장이 임시 대통령 선언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마두로 정권에 대한 대응 수위와 관련, 현재로선 군사행동을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경고하며 포문을 열었다.
이후 미국은 마두로 정권이 과이도 의장을 체포하거나 현지 국회, 베네수엘라 주재 미국 외교관들에게 위협과 폭력을 가할 경우 중대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줄곧 경고해왔다.
베네수엘라는 이런 경고를 순순히 듣지 않은 채 정면 대결에 나섰다.베네수엘라 대법원은 29일 과이도 의장의 출국을 금지하고 자산을 동결해달라는 검찰의 요청을 승인했다.
검찰은 국내 폭력 사태 등과 관련해 과이도 의장에 대한 예비조사에도 착수했다.
소식이 알려지자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후안 과이도 대통령에 대한 불법적인 전 베네수엘라 검찰총장의 위협'이라고 규정한 뒤 "민주주의를 전복시키고 과이도에게 해를 끼치려고 시도하는 사람들에게 심각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그는 27일에도 트윗을 통해 마두로 정권을 향해 "미 외교관들과 베네수엘라의 민주적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국회의장), 또는 국회에 대한 어떠한 폭력과 위협도 법치에 대한 심각한 공격에 해당하며 중대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볼턴 보좌관이 전날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인 PDVSA 제재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장에서 "5천 병력을 콜롬비아로"라고 적힌 메모장을 들고 있는 장면이 포착돼 미국의 군사개입 가능성에 대한 무성한 관측을 불러일으켰다.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은 이날 미군을 콜롬비아로 보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볼턴 보좌관의 간접적인 경고에 힘을 실어줬다.
군사 개입 가능성이 고조되자 미주 국가들은 급기야 반대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네스토르 포폴리시오 페루 외교부 장관은 이날 "리마그룹을 대변해 베네수엘라에 대한 어떠한 군사적 개입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리마그룹은 베네수엘라 사태에 대처하려고 2017년 캐나다,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등 미주 14개국이 결성한 모임으로 그간 마두로 정권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지만 군사 개입에 대해서만은 미국과 입장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8월 미국 뉴저지 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베네수엘라를 위한 많은 옵션이 있고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군사옵션도 있다"며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적이 있다.
당시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 약화에 반대하고 실질적 대응 조치에 나서기도 했던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조차 "대화와 외교적 노력만이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를 증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메르코수르는 1991년 아르헨티나·브라질·파라과이·우루과이 등 4개국으로 출범한 관세동맹이다.
페루를 비롯해 마두로 대통령을 독재자로 규정한 콜롬비아 등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반대입장을 피력했다.
대다수 중남미 국가가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옵션 언급이 지역을 혼돈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과거 미국의 남미 내정간섭 망령을 떠올리며 반대의 목소리를 냈던 것이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앞서 '앞마당' 격인 중남미 내정에 간섭해온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미국은 파나마 독립, 콜롬비아 내전 등 고비마다 중남미 국가들 내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특히 미국은 좌파를 견제한다는 미명 아래 아르헨티나와 칠레, 파라과이 군부 집권 시절 직·간접적으로 좌파 인사를 납치·고문해 살해한 우파 독재 정권을 지원했다.
사회주의자인 마두로 대통령을 독재자로 규정하고 그의 퇴진을 위해 작심한 듯 전방위 공세를 펼치는 현재의 미국 모습과도 연결되는 모습이다.
중남미 국가들이 미국의 군사행동에 반감이 커 미국이 실제로 베네수엘라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대부분의 전문가는 미국이 실제로 베네수엘라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연합뉴스
美 내정간섭 역사에 중남미 반감 커…실제 군사행동 가능성 낮을 듯'반(反) 마두로' 전선을 주도하는 세계 최강대국 미국에 맞서 중남미 좌파의 맏형을 자처하는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정권이 정권 존립의 명운을 걸고 실력행사에 나선 형국이다.미국이 마두로 정권의 '돈줄'인 국영 석유기업 제재에 이어 연일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자, 마두로 정권은 베네수엘라 사법부와 검찰을 동원해 '임시 대통령'을 선언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상대로 출국 금지와 자산동결 조처를 하면서 한 치도 물러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마두로 정권의 진퇴 여부를 둘러싼 베네수엘라 정국의 혼돈사태가 미국의 군사개입으로까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하면서 긴장감을 키우고 있다.
미국이 사실상의 '최후 수단'으로 여겨지는 군사개입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23일(현지시간) 과이도 의장이 자신을 과도 정부의 임시 대통령으로 선언하자 마두로 대통령이 필사적 퇴진거부 움직임에 나섰을 때부터이다.트럼프 대통령은 과이도 의장이 임시 대통령 선언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마두로 정권에 대한 대응 수위와 관련, 현재로선 군사행동을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경고하며 포문을 열었다.
이후 미국은 마두로 정권이 과이도 의장을 체포하거나 현지 국회, 베네수엘라 주재 미국 외교관들에게 위협과 폭력을 가할 경우 중대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줄곧 경고해왔다.
베네수엘라는 이런 경고를 순순히 듣지 않은 채 정면 대결에 나섰다.베네수엘라 대법원은 29일 과이도 의장의 출국을 금지하고 자산을 동결해달라는 검찰의 요청을 승인했다.
검찰은 국내 폭력 사태 등과 관련해 과이도 의장에 대한 예비조사에도 착수했다.
소식이 알려지자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후안 과이도 대통령에 대한 불법적인 전 베네수엘라 검찰총장의 위협'이라고 규정한 뒤 "민주주의를 전복시키고 과이도에게 해를 끼치려고 시도하는 사람들에게 심각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그는 27일에도 트윗을 통해 마두로 정권을 향해 "미 외교관들과 베네수엘라의 민주적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국회의장), 또는 국회에 대한 어떠한 폭력과 위협도 법치에 대한 심각한 공격에 해당하며 중대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볼턴 보좌관이 전날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인 PDVSA 제재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장에서 "5천 병력을 콜롬비아로"라고 적힌 메모장을 들고 있는 장면이 포착돼 미국의 군사개입 가능성에 대한 무성한 관측을 불러일으켰다.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은 이날 미군을 콜롬비아로 보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볼턴 보좌관의 간접적인 경고에 힘을 실어줬다.
군사 개입 가능성이 고조되자 미주 국가들은 급기야 반대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네스토르 포폴리시오 페루 외교부 장관은 이날 "리마그룹을 대변해 베네수엘라에 대한 어떠한 군사적 개입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리마그룹은 베네수엘라 사태에 대처하려고 2017년 캐나다,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등 미주 14개국이 결성한 모임으로 그간 마두로 정권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지만 군사 개입에 대해서만은 미국과 입장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8월 미국 뉴저지 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베네수엘라를 위한 많은 옵션이 있고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군사옵션도 있다"며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적이 있다.
당시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 약화에 반대하고 실질적 대응 조치에 나서기도 했던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조차 "대화와 외교적 노력만이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를 증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메르코수르는 1991년 아르헨티나·브라질·파라과이·우루과이 등 4개국으로 출범한 관세동맹이다.
페루를 비롯해 마두로 대통령을 독재자로 규정한 콜롬비아 등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반대입장을 피력했다.
대다수 중남미 국가가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옵션 언급이 지역을 혼돈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과거 미국의 남미 내정간섭 망령을 떠올리며 반대의 목소리를 냈던 것이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앞서 '앞마당' 격인 중남미 내정에 간섭해온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미국은 파나마 독립, 콜롬비아 내전 등 고비마다 중남미 국가들 내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특히 미국은 좌파를 견제한다는 미명 아래 아르헨티나와 칠레, 파라과이 군부 집권 시절 직·간접적으로 좌파 인사를 납치·고문해 살해한 우파 독재 정권을 지원했다.
사회주의자인 마두로 대통령을 독재자로 규정하고 그의 퇴진을 위해 작심한 듯 전방위 공세를 펼치는 현재의 미국 모습과도 연결되는 모습이다.
중남미 국가들이 미국의 군사행동에 반감이 커 미국이 실제로 베네수엘라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대부분의 전문가는 미국이 실제로 베네수엘라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