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상대 소송 낸 임은정 "성폭력 무마의혹 진술조서 왜 감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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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술조서 등사 거부하자 행정소송…내달 국가배상소송도 준비임은정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가 검찰 내 성범죄 사건에 대한 본인의 고발인 진술조서를 공개하지 않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다음달 국가배상소송도 제기할 방침이다. 고발인으로서 알권리를 침해 당한 것은 물론, 검찰내 성희롱·성폭행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공의로운 처분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성범죄관련 검사 부적절 발언 공개 우려한 것. 수사의지 의문"
檢측 "피해자위해 성범죄 사건 덮었으면 고의없지 않냐"황당 논리
영상CD요청도 거절한 檢"사생활 침해 우려" 윤석열"허용 검토"지시
2015년 성폭행·성희롱한 진모·김모 검사 징계없이 검찰 떠나 논란
임은정 부장검사는 30일 한국경제신문과 전화통화에서 “중앙지검이 조사 과정에서 성범죄 관련 수사 검사의 부적절한 발언들이 공개될 것을 우려해 열람등사를 거부한 것”이라고 말했다.임 부장검사는 “몇 시간에 걸쳐 오고간 질문과 답변이 몇 장의 조서로 압축되는 과정에서 중요 답변이 혹 누락되었는 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본인의 조서를 본인이 보겠다는 데 사생활 침해 우려는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임 부장검사는 조사 과정을 찍은 영상녹화 CD 역시 요청했으나 검찰은 재차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한 관계자는 “통상 고발인의 인권보호와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조사 과정에서 작성된 조서는 보여주는 것이 관례”라며 “검찰이 열람등사를 거부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임 부장검사는 2015년 검찰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에 대해 수사무마 의혹을 받는 김진태·김수남 전 검찰총장을 비롯해 당시 이모 감찰본부장, 장모 감찰1과장, 김모 대검 연구관 등 검찰 간부들을 상대로 작년 5월 서울중앙지검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고발 6개월 만인 작년 11월 22일 서울중앙지검은 임 부장검사를 불러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다음날인 23일 임 부장검사는 자신의 진술한 조서를 확인하기 위해 열람등사를 신청했지만 서울중앙지검은 이를 거부했다. “기록의 공개로 사건 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생명, 신체의 안전이나 생활의 평온을 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임 부장검사는 전날 페이스북에 당시 조사과정에서 나온 서울중앙지검 검사의 일부 질문을 공개했다. 임 부장검사에 따르면 당시 수사 검사는 “피고발인들(김진태·김수남 전 총장 등)이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해 사건을 덮어도 되는 것으로 오해하고 사건을 덮은거면 직무유기 고의가 없는 거 아니냐”는 질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을 위해 성범죄 사건을 덮었다는 황당한 논리를 편 것이다. 피해자의 의지와 관련없이 성폭력 관련 범죄를 수사할 수 있도록 2013년 6월 친고죄 조항은 폐지된 바 있다. 검찰측 논리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조사를 원하지 않으면 조사를 중단할 수 있다는 내부 성희롱 고충처리 지침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위원장 권인숙)는 이 지침이 잘못된 것이라고 작년 발표했다.검찰이 공개를 거부하는 당시 조사 내용에는 성범죄 관련 검찰 내부 인사들의 민감한 내용이 있고, 이 사건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채 조사에 임한 담당 검사의 오락가락 발언들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임 부장검사는 “당시 어이없는 질문들이 많았다”며 “검찰이 수사할 의지가 없다는 것만 드러난 조서”라고 말했다.
임 부장검사가 작년 5월 고발한 계기가 된 사건은 2015년 서울남부지검에서 발생했다. 진모 검사는 2015년 4월 남부지검 재직 중 후배 여검사를 성폭력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대검으로부터 감찰을 받았지만 별다른 징계없이 사표후 CJ그룹 법무팀 상무로 취직했다. 현재는 CJ에서도 나온 상태다. 김모 부장검사 역시 당시 남부지검에 재직하며 여검사를 아이스크림에 빗댄 성희롱으로 물의 일으켰지만 징계없이 검찰을 떠나 광주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고 있다.
한편 윤 지검장은 임 부장검사가 행정소송을 제기하자, 관련 조서 열람 허용 여부를 검토하라고 내부적으로 지침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조만간 조서 열람 허용 여부가 결정될 것 같다”고 전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