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조사기본법 개정 한목소리 "불필요한 행정조사 남용 막아야"

정부의 행정조사 남용을 막자는 취지의 ‘행정조사기본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가 30일 국회에서 열렸다. 개정안은 자유한국당이 중점 추진법안으로 채택, 2월 임시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본지 1월14일자 A1, 5면 참조

개정안은 공무원이 조사권을 남용할 경우 징계할 수 있도록 양형 기준을 만들고, 조사 거부를 이유로 기업과 개인에게 불이익을 줄 수 없다는 내용을 사전에 고지하는 ‘미란다 원칙’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법안을 대표 발의한 한국당 김종석 의원은 “2007년 제정한 행정조사기본법의 취지와 달리 오히려 행정조사가 매년 늘어나는 추세”라며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자발적 동의를 전제로 한 임의 조사라는 명목으로 기업에 대해 광범위한 사전실태조사나 공시점검을 벌여왔다”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정부가 정책 자료수집을 목적으로 현장조사·문서열람 등을 무분별하게 실시하면 기업과 민간에 전방위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도 직접 공청회에 참석해 법 개정안에 힘을 실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정부가 임의 제출이라는 형식으로 공직자들의 개인 휴대폰을 사실상 압수하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며 “행정권력이 점차 비대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기업들은 행정조사라는 명목으로 공권력으로부터 광범위한 사찰을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발제를 맡은 장민선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세청,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별도의 법에 따라 실시하는 조사도 행정조사의 영역에 해당하므로 개정 법안의 적용대상 하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권력기관들이 피조사자 보호 등을 규정한 기존 행정규제기본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면책특권’을 갖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혁신성장실장도 “공정위의 현장조사는 형식상 임의조사이지만 자료제출 거부시 형사처벌과 이행강제금까지 부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실적으로 행정조사는 시장에서 ‘규제’로 작용한다”고 꼬집었다.

정부 측은 ‘미란다 원칙 도입’ 등 피조사자 보호 조항에 대해서는 개정방·향에 동의하면서도, 주요 권력기관을 새로운 법 개정안의 영향력 하에 두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최용선 국무조정실 규제혁신과장은 “조세, 금융감독, 공정거래 등의 분야는 (개별법에서) 권리보호 제도가 강화된 점, 수사의 성격 등을 고려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