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 두 달 만에 나온 잠정합의안…'반값 연봉 車공장' 막판 협상

'광주형 일자리' 다시 급물살

광주시 노사민정 잠정합의안 마련…현대차와 협상 남아

광주형 일자리 기사회생?
연봉 3500만원 등 의견 좁혀
이르면 31일 현대차와 협약 가능성

갈등 불씨는 여전
'5년 단협유예' 조항 포함됐지만
노동계, 유권해석 등 '딴소리' 땐
업계 "작년말 갈등 반복될 수도"
현대차 "검토해보겠다" 신중
30일 열린 광주광역시 노사민정협의회에서 이용섭 광주시장(왼쪽)이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의장(오른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반값 연봉의 완성차 공장’을 세우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무산된 지 두 달 만에 다시 급물살을 탔다. 광주광역시 노사민정협의회가 30일 회의를 열고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면서다. 노사민정은 연봉 3500만원(주 44시간 근로 기준) 등 투자 조건에 상당 부분 의견을 접근시켰다. 다만 광주시와 현대자동차가 최종 합의를 이뤄낼지는 아직 미지수다. 합의안의 알맹이 격인 ‘단체협약 유예’ 부분을 놓고 지역 노동계와 광주시, 현대차가 여전히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검토해보겠다”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내놨다.

무산된 지 두 달 만에 다시 잠정합의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주도하는 광주시는 이날 광주시청에서 노사민정협의회를 열었다. 이용섭 광주시장을 비롯해 지역 노동계를 대표하는 윤종해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광주전남지역본부 의장, 최상준 광주경영자총협회 회장, 백석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대표 등이 참석했다. 지난해 12월 현대차와 투자 협상이 결렬된 뒤 두 달 만에 다시 열린 회의다. 이 시장은 앞서 열린 한국노총 광주본부 정기 대의원 대회에 참석해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성공을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반드시 현대차의 투자를 성공시켜 다른 지역으로 모델을 확산시키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윤 의장은 “광주형 일자리 참여를 결정하면서 질타와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했지만, 청년들에게 일자리 기회를 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성공하도록 힘쓰겠다”고 화답했다.

협의회는 광주시와 현대차가 그동안 협상해온 내용을 공유하고 이를 심의, 의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노동계는 근로시간 및 임금 수준과 관련해선 기존 제시된 조건에 어느 정도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 44시간 근로, 평균 초임 연봉 3500만원 수준 등이다. 쟁점이었던 단협 유예 조항에 대해선 나름 절충점을 찾아 잠정합의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는 이 합의안을 들고 현대차와 최종 협상을 벌일 계획이다. 광주시는 이르면 31일 현대차와 투자 협약식을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알맹이 조항’ 갈등 불씨 여전

앞으로 남은 광주시와 현대차의 최종 협상 과정에서 핵심은 잠정합의안에 포함된 단협 유예 관련 조항에 대한 해석이다. 노사민정은 기존 노사상생발전협정서 1조2항에 있던 ‘각 사업장별 상생협의회는 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상의 원칙과 기능에 근거해 운영되도록 하고, 신설법인 상생협의회 결정사항의 유효기간은 조기 경영안전과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누적 생산 목표 대수 35만 대를 달성할 때(약 5년)까지로 한다’는 문구를 잠정합의안에 다시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이 조항은 지역 노동계가 작년 12월 법률에 위배된다며 삭제를 요구했던 문구다. 5년간 단협을 포기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당시 노동계의 ‘돌변’으로 ‘차량 35만 대를 생산할 때(약 5년)까지’라는 내용을 빼고 ‘조기 경영 안정 및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다’는 모호한 문구로 대체했다. 현대차는 “투자하기 어렵다”며 발을 뺐다.

문제는 이 조항에 대한 해석이 여전히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현대차는 이 조항이 포함됐기 때문에 향후 5년간 단협이 유예됐다고 보는 반면, 지역 노동계는 이 조항이 단협 유예를 의미하진 않는다고 여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시 관계자는 “기존 1조2항을 잠정합의안에 넣더라도, 이 조항이 5년간 단협 유예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법적 유권해석을 받았다”며 “이를 근거로 지역 노동계를 설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결국 현대차가 원하는 (5년간 단협 유예) 조항이 잠정합의안에 포함됐지만, 향후 지역 노동계가 ‘딴소리(단협 요구)’를 하면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합의안 중 단협 유예에 대한 해석을 분명히 해놓지 않을 경우 향후 노사 갈등은 불 보듯 뻔하다”고 했다.현대차는 31일까지 노사민정 잠정합의안을 건네받아 검토한 뒤 입장을 내놓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합의안을 검토한 후 투자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장창민/광주=임동률 기자 cmjang@hankyung.com